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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에 앉으시죠 거긴 예수님 자리로

Posted January. 14, 201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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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가운데로 앉으시죠.(염수정 추기경)

새 추기경님이 앉으셔야죠.(정진석 추기경)

그럼 여기는 예수님 자리로.(염 추기경)

13일 추기경 임명 축하식에 앞서 오전 9시 반경 서울대교구청 3층 교구장 집무실에서 만난 두 추기경은 서로 가운데 상석에 앉지 않겠다며 자리다툼을 벌였다. 잠시 후 웃으면서 상석은 예수님 자리로 비워두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2012년 정 추기경 후임으로 서울대교구장이 된 염 추기경은 집무실 문가에 나와 선배 추기경을 맞았다. 후임 교구장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면서 평소 교구청 출입을 삼가던 정 추기경은 이날만은 공식 행사보다 1시간 넘게 일찍 찾아와 새 추기경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

두 추기경과 조규만 주교, 최근 임명된 유경촌 주교에 이어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청대사가 차례로 합석해 세 번째 추기경 탄생의 경사 속에 웃음꽃을 피웠다.

정 추기경은 새 추기경 탄생에 국민적 관심이 쏠려 있다며 이런 관심은 아마도 교회뿐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해 가톨릭이 더욱 노력해 달라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파딜랴 대사는 이 자리에서 염 추기경에게 추기경 임명을 알리는 교황청의 공식 문서를 전달했다.

추기경 임명 날짜가 당초 예상보다 한 주 이상 빨라진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왔다. 정 추기경은 내 경우 추기경 임명 날짜가 2006년 2월 22일로 수요일이었다며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염 추기경은 이번 추기경 발표는 주님 세례 축일에 맞춰지는 바람에 앞당겨진 것 아니냐며 모두 새롭게 태어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조 주교가 교황님은 역시 예측불허다. 교황께서 방한 전 교구장께 미리 선물을 주면서 열심히 살라고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자 염 추기경은 다른 분들은 모두 좋아하는데 그 무게 때문에 나만 안 좋아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