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한 나무심기 도와 녹색 통일 이루자

Posted January. 03, 2014 03:13,   

ENGLISH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비행기를 타고 압록강을 넘어 북한 땅으로 들어서면 창 밖으로 헐벗은 산하가 내려다보인다. 벌목으로 붉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민둥산들이다. 한국이 산림녹화를 하기 이전인 195060년대를 연상시키는 황량한 북녘 산은 경제난과 직결돼 있다. 다락밭을 만들고 땔감을 마련하느라 산을 깎고 애꿎은 나무들을 마구 베어냈다.

북한 김정은은 나무심기를 전군중적 운동으로 힘 있게 벌여 모든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해야 한다고 신년사에서 강조했다. 지난해엔 없던 내용이다. 그가 유학했던 스위스의 숲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북한은 전체 산림 중 32%가 황폐화돼 매년 서울 면적만큼씩 나무를 심어도 조림에 50년이 걸린다. 그래서 북한 전문가들은 겨레의 미래를 생각할 때 통일 뒤로 미뤄선 안 될 대북 협력사업으로 영유아 의료 및 영양 지원과 나무심기를 꼽는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과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시작해도 한참 뒤에야 결실을 볼 수 있다.

한국은 2차대전 이후 인공조림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다. 박정희 정부 때 산림청을 농림부에서 내무부로 옮긴 뒤 산림녹화를 새마을 운동의 핵심사업으로 밀어붙였다. 7년간 연인원 360만 명을 동원해 나무를 심고 강력한 입산금지 조치로 숲을 가꿨다. 가난했던 그 시절의 선견지명()과 땀이 지금의 푸른 산을 가꾸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우리의 경험은 북한에 무엇보다 유용할 것이다. 벌거벗은 북녘 산을 어떤 나무로, 어떻게 푸르게 만들 것인지에 관해선 같은 남한보다 더 잘 아는 전문가도 없을 것이다. 북한의 산림녹화는 남북이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가 묘목을 지원해도 북한이 이를 전용할 군사용으로 전용할 우려도 적다. 박정희 정부 시절 새마을담당관으로 산림녹화를 주도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가 북한 나무심기에 큰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경색 때문에 진전을 못 봤을 뿐 역대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내부적으론 검토해왔다. 김정은이 운을 뗀 지금이 바로 적기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4월 창간93주년 기획으로 준비해야 하나 된다라는 통일 프로젝트 추진을 천명하면서 7대 중점과제의 하나로 북녘 산림녹화를 제시했다. 그린 데탕트로 녹색 통일시대를 열어가자는 취지였다. 김정은의 신년사엔 진의를 알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북녘의 산을 남녘처럼 푸르게 가꾸는 일에 관해선 남북 당국이 이념을 떠나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협력이 통일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내부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통일이 되는 그 날까지 동아일보는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나무심기 사업을 성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