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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인권 헌신 여성운동계 대모

Posted May. 18, 2013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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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운동의 대모() 격인 박영숙 전 평화민주당 총재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1세.

1932년 평양에서 태어나 전남여고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 여성운동에 투신해 기독교여자청년회(YWCA) 총무와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이화여대 선배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각별한 사이가 됐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때 여성단체연합회 회장으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당시엔 사형을 선고받은 김 전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1988년 13대 총선 때 여성 최초로 비례대표 1번(평화민주당)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이어 평민당 부총재와 총재권한대행,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2009년 김 전 대통령 국장() 때는 추도사를 낭독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 캠프 고문을 지냈고, 지난해 2월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 재단) 이사장을 맡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대학교수에서 대선 예비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했다. 암이 발생해 올 3월 이사장직을 사임한 뒤 항암치료를 받아왔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안 의원은 박 전 대행의 별세 소식을 듣고 거목을 잃었다. 그 슬픔이 한이 없다고 애도했다고 윤태곤 보좌관이 전했다. 안 의원은 16일 박 전 대행을 병문안했었다고 한다.

1999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시절부터는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매년 100인 기부 릴레이를 주도했다. 빈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 위민 브리지 두런두런을 창립했으며, 장학재단 살림이 이사장을 맡는 등 사회공헌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일찍이 환경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 유엔환경개발회의 한국위원회 공동대표, 여성환경연대 으뜸지기,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사장을 지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비롯해 국민훈장 모란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대상, 올해의 환경인상, 올해의 여성상 등을 수상했다. 1996년 별세한 민중신학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안병무 전 한국신학대 교수가 남편이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02-2227-7550). 발인은 20일 오전 7시 반이다. 장지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