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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장관이 통상조약 서명땐 국제협약 위반

산업장관이 통상조약 서명땐 국제협약 위반

Posted February. 01, 2013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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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통상교섭과 정책조정 기능이 외교통상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통상교섭 조약에 서명하는 정부대표를 맡게 되면 국제협약과 충돌하게 된다.

조약법에 관한 빈 조약 7조에 따르면 조약 체결 때 전권위임장 없이 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국가원수, 정부수반 및 외무부(외교부) 장관뿐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개정법률안은 통상교섭 목적의 정부대표 임명 등에 관한 특례를 신설해 외교부 장관의 권한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도 주는 내용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해도 국제협약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대표 자격이 없다는 것. 국제협약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조약에 서명할 때마다 전권위임장을 받아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외교관례를 무시하게 된 것도 문제다. 한국 등 대부분 국가들은 조약을 체결할 때 정부대표가 주고받는 대외적 전권위임장에 외교부 장관만 서명해 왔다. 하지만 신설되는 통상조약 특례에는 외교부 장관이 위임장에 서명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결국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위한 대외적 전권위임장에 서명할 수밖에 없다. 상대 국가는 외교부 장관이 준 위임장, 우리는 대통령이 준 위임장으로 통상조약을 체결하면서 외교의 격이 맞지 않게 되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파워 부처로 불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힘이 커지면서 일부 공공기관 및 연구기관은 여러 부처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게 됐다.

KAIST는 한국과학기술원법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정관을 변경하거나 총장 임원 등을 선임하려면 교육부 동의와 미래부 인가를 함께 받아야 한다. 매년 사업계획서와 예산결산서는 미래부와 교육부에 함께 제출해야 한다.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게 된 셈이다. 학술과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은 앞으로 수익사업을 할 때 미래부와 교육부의 승인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방송의 경우 당초 인수위는 규제와 진흥이 함께 이뤄지면 규제 투명성이 떨어진다며 진흥은 미래부,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로 나눈다는 원칙을 정했지만 막상 국회에 제출된 법안 내용은 다르다. 규제 영역인 인허가권은 지상파라디오방송과 위성방송, 케이블방송의 허가권이 미래부에 넘어가도록 규정됐다. 홈쇼핑 승인권도 미래부가 갖게 돼 방통위에는 종합편성보도채널 승인권만 남았다. 각종 휴업과 폐업 시정명령, 과태표 부과도 미래부 업무가 됐다.

해양수산부 신설로 농어촌 지원사업을 두 부처가 동시에 수행하게 된 것도 문제다. 도농() 교류촉진법이 바뀌면서 농촌에서 관광농원을 조성할 때는 농림축산부가 맡게 되지만 어촌계가 운영하는 사업은 해양수산부가 관할하게 됐다. 사업이 이뤄지는 장소만 다를 뿐 같은 내용의 사업이라 행정비용 낭비가 예상된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과 민주당 의원 각 3명씩으로 구성되는 쌍용자동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협의체 구성에 전격 합의하면서 4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 법률안은 14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은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인 26일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기로 했다. 택시법 개정과 관련해선 양당이 협의체를 구성해 애초 개정안과 정부 대체입법안을 검토한 뒤 처리하기로 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