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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통첩 게임 선수친 문 다리 불태우기 받아친 안 양자 치킨게임

최후통첩 게임 선수친 문 다리 불태우기 받아친 안 양자 치킨게임

Posted October. 13, 2012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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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강을 건넜다. 그리고 건너 온 다리를 불살랐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달 25일 대선을 완주할 것이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또 며칠 뒤 서울대 교수직도, 안랩 이사회 의장직도 내놨다, 불사른, 건너온 다리는 다시 쳐다보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다리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부연해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자신을 겨냥해 꾸준히 제기되는 중도 사퇴론에 대해 안 후보가 즉흥적으로 받아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게임이론(game theory)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이 향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적 대응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안-문 두 후보의 단일화 게임은 5월 문 후보의 선수()로 개시됐다. 당시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문 후보는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에게 정권교체를 전제로 한 공동정부론을 제안하며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을 시작했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안 후보가 일부라도 얻을 게 있지만 받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의중이 담긴 포석이었다.

그로부터 넉 달 뒤 안 후보의 다리 불사르기 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의 주된 표적이 안 후보의 지지자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아니라 문 후보라고 해석했다. 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에 자신감을 얻은 안 후보가 나는 사퇴하지 않는다. 그러니 단일화하고 싶으면 당신이 먼저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문 후보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발언이 게임이론 중 건너온 다리 불태우기(burning the bridge behind)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고 상대에게 배수()의 진을 쳤다고 밝힘으로써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전략이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안 후보의 발언은 정확히 게임이론에 부합하는 사례라며 그도 이 이론을 알고 말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야권 단일화 게임에 관한 한 박 후보는 관전자다. 대선 정국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리는 상황에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어느 쪽으로든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박 후보 캠프는 두 후보가 서로 먼저 물러서길 기대하며 정면 돌진하는 치킨 게임(The game of chicken)을 벌이다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각각 독자 출마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는 경제경영학자, 수학자 및 정치학자 등 전문가들과 함께 현 대선 정국을 게임이론으로 풀어 봤다. 500만 표라는 압도적인 차로 승자()가 결정된 5년 전과 달리 이번 선거는 복잡한 게임의 구도 속에서 후보들의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각 진영의 수 싸움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이상훈 jarrett@donga.com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