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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권자 수준 따라가는 의원

Posted April. 16, 201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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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보면 대부분은 상당히 괜찮다. 인간적인 매력도 넘치고, 경륜과 학식도 풍부하고, 사명감이나 나라의 비전에 대한 내공도 만만치 않다. 국회를 처음 출입할 때 직접 만난 국회의원들이 TV에 비친 모습과 다르다는 점에 상당히 놀랐다. 어쨌거나 경선과 본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기고 그 자리에 서려면 치열한 자기 단련과 기민한 판단력, 배짱이 필요하다. 비례대표도 한 분야에서 이름을 알릴 정도로 성과를 내면서 같은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괜찮은 의원들이 모여 국회를 왜 그 꼴로 만드나. 지지자들에게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지지자들이 정치인에게 운신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필요하다고 믿어도 농촌 지역구 의원이라면 본심을 드러내선 안 된다.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해도 지지층이 그걸 의거라며 통쾌해하면 말을 삼가야 한다. 팟캐스트 팬들의 눈치를 보다 막말 후보를 퇴출하지 못한다.

유권자들의 취향과 요구는 날로 까다로워진다. 과거 낙선 운동은 도덕성이나 준법성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 뜻이 다르면 심판 대상이다. 4대강이나 FTA 같은 큰 정책 이슈는 물론이요, 원자력이나 영리병원에 찬성하거나, 특정 지역 재건축에 호의적이지 않거나, 반려동물 진료에 세금을 더 매기려 한다는 이유로도 살생부에 오를 수 있다. 반면 정치인의 영향력은 나날이 줄어들어 생각이 다른 지지층의 의견을 돌리고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가졌거나, 적어도 그런 시도라도 하려는 이는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렵다.

이게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필연적인 귀결일까. 그렇다면 국회의원을 저질이라고 욕하는 건 누워서 침 뱉는 행위다. 의회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정확히 반영한다. 의원 후보들이 유권자들 앞에선 머슴이 되겠습니다라고 수없이 약속하지만 정말 머슴 역할에만 충실하다가는 소신을 펴는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소신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압도당할 때 쇼와 꼼수와 테크닉이 판치게 된다. 19대 국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면 당선자들에게 소신을 발휘할 여지를 줘보는 게 어떨까. 유권자 개개인이 출구 없는 진영 논리와 카타르시스의 정치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과 자기비판의 자세를 가져보자는 얘기다.

장 강 명 산업부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