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잉복지로 재정 위협받는 지자체 신음소리

전국 시도지사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영유아 무상보육 사업 재원이 올해 6, 7월이면 바닥이 난다며 중앙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올해 3월 시행된 영유아 무상보육은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만 5세와 02세 영유아에게 부모의 소득과 상관없이 매달 20만 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시도지사들은 중앙정부에서 50%(서울은 20%)를 지원받아도 지원대상자 증가로 올해만 모두 3500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은 지난해 8월 황우여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꺼냈다. 그는 될수록 많은 재원을 마련해 무상보육을 확대해야 하며 0세 무상보육에 1조 원도 안 든다며 호기를 부렸다. 하지만 재원 부족으로 시행 주체인 지자체가 부도를 낼 우려가 높아졌고 이 정책이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민주통합당 주도로 지난해 시행된 전면 무상급식도 재원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무상급식 예산을 늘리기 위해 다른 예산을 줄이는 바람에 일선 학교의 수준별 수업이 감소했고 영어 원어민교사 활용도 어려워졌다. 노후 건물 수리나 과학실험도구 구입을 미루는 학교도 많다.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분담금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곽 교육감은 친환경 무상급식을 내세웠지만 식품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기존 예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식재료가 줄어들자 학교 급식의 질이 크게 하락했다.

지난 1년 간 여야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으로 대형 사고를 한 건씩 터뜨린 셈이다. 내년에 무상복지 수혜 대상이 더 늘어나면 재원 부족이 심해지고 다른 예산 끌어 쓰기에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정부가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재원 마련이 불투명한데도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건강보험의 국민 부담을 낮추겠다며 무상의료 등을 공약했고 새누리당은 05세 보육 양육 수당으로 10만2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과 예산 타당성 측면에서 민주당은 물론이고 새누리당도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민주당은 아동수당 신설, 고속도로 무료화, 고교 무상교육 등 무상복지 패키지를 세금 인상 없이 도입하겠다고 공약해 다수당이 됐지만 이후 재원 부족으로 공약을 철회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아즈미 준 일본 재무장관은 27일 국회에서 공약을 만들 때는 잘 몰랐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한국 정치권도 포퓰리즘 공약에 대해 참담하게 사죄할 날을 맞기 전에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