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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박등이 웃는날 한국 부모들은 울상

Posted October. 25, 2011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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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촌동에서 왔다는 31세 주부는 딸(4세)이 입을 팅커벨 옷을 샀다며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아이가 유치원에서 기 죽지 않고 재밌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핼러윈 데이를 1주일 앞두고 국내 유치원들이 핼러윈 파티 준비에 한창이다. 핼러윈 데이는 죽음의 신을 찬양하는 서양 축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러 귀신 분장을 하고 가장() 파티를 여는 날이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캐릭터로 분장해 동네를 돌며 사탕과 초콜릿을 받는 날로도 유명하다.

미국 명절이 한국 유치원에서 빠지지 않는 연례행사처럼 된 것은 3, 4년 전부터. 서울 강남 일대 일부 영어 유치원들에서 시작한 파티가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최근에는 다른 지역의 일반 유치원들도 핼러윈 파티를 연다. 경기 용인시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박현정 씨(25여)는 3년 전 유치원 문을 처음 열면서부터 매년 핼러윈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는 몇몇 서울지역 특급호텔에서 10월 31일에 20대를 대상으로 핼러윈 파티를 열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핼러윈 파티의 인기에 힘입어 의상 전문점도 빠르게 늘고 있다. 4년 전부터 매년 10월 핼러윈 용품을 판매한다는 남대문상가의 한 이벤트용품 매장 주인은 10월마다 핼러윈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관련 온라인 판매 사이트 및 의상 대여 사이트도 수백 개로 늘었다. 주로 해외 수입품이어서 가격은 옷 한 벌에 8만500010만 원을 호가한다. 대형마트들도 핼러윈 특수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매장에서 왕관과 호박 바구니, 의상 등을 판매하는 롯데마트의 경우 매년 관련 매출이 20% 이상 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53% 증가했다.

키가 자라기 때문에 하루밖에 못 입는 옷에 10만 원 안팎의 돈을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주부도 적지 않다. 21일 이마트 용산점의 핼러윈 의상 코너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주부 김모 씨는 한 번 입고 버릴 건데 사기는 아깝다며 구입을 포기했다. 네 살배기 아들을 경기 고양시의 어린이집에 보내는 주부 김지현 씨(31)도 핼러윈 의상을 준비하라는 어린이집 가정통신문을 보고 가격을 알아봤는데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다섯 살짜리 딸을 둔 강모 씨(37여)는 아이들이 유래나 의미도 제대로 모르는 미국 명절을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김지현 조동주 jhk85@donga.com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