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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화안전망으로 금융위기 악순환 끊겠다

글로벌 통화안전망으로 금융위기 악순환 끊겠다

Posted October. 04, 201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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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이 발표되던 2008년 10월 30일은 한미 통화스와프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하루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압박에도 꿈쩍 않던 수출업체들이 한미통화스와프 체결 소식에 달러를 쏟아내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77.0원 급락했다. 하루 기준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12월 26일(338원) 이후 최대 하락폭이었다.

정부가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최근 외환시장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 지난달 초 1060원대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추석연휴 직후 1100원을 돌파했고 이후로도 거침없이 올라 12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외환보유액을 3년 전보다 1000억 달러 이상 많은 3122억 달러(8월 말 기준)나 쌓아뒀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최근 금융위기 방어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무역수지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불안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월 2회 개최하던 국민경제대책회의를 1년여 만에 비상경제대책회의로 전환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미국과 체결한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2월 만기가 돌아와 종료됐고, 중국과 일본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외환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민간경제연구소 등 국내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 단계에서는 그럴 의향이 없다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한미 통화스와프 추진 뉴스 자체가 한국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있다는 시그널로 시장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정부가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망을 글로벌 경제시스템의 하나로 구축하려고 나선 것은 이처럼 개별 국가 간에 이뤄지는 공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응급처방 식으로 한시 개설되는 한미 통화스와프로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외환 유동성 위기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

정부가 구상하는 통화스와프망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이 참여하는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의 글로벌 판이다. CMI는 아시아 14개국 중앙은행이 위기 때 이미 합의한 범위 내에서 자국통화를 제공하고 참여국으로부터 달러화를 받는 방식으로 총 1200억 달러 규모다. 재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통화스와프망은 G20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가 추가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달러보다는 자국 통화를 서로 교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타결까지는 아직 변수가 많다. 영국, 프랑스, 일본, 국제통화기금(IMF)이 적극적인 공조를 약속하고 있지만 자국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는 미국과 독일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3년 전과 달리 미국과 유럽의 재정이 바닥을 드러낸 이번 위기에서는 신흥국들을 국제공조 체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이 필요해 선진국들의 입장 변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가 구축되면 글로벌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들이 금융위기 때마다 외환의 급속한 이탈에 대비할 목적으로 과다한 외환보유액을 쌓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를 통해 글로벌 금융안전망이 구축되면 신흥국과 개도국은 외환보유액 확충에 고심하지 않아도 되고, 경상수지 흑자에만 매달릴 이유도 줄어들게 돼 글로벌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G20 정상회의에서 IMF의 역할을 추가로 확대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부 관계자는 1, 2년 단위로 경직된 IMF의 대출기간에 3, 6개월 단위의 대출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금융위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위기 징후가 있는 나라가 위기설 확산 우려로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IMF가 직권으로 판단해 지원하는 방안도 합의를 앞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극인 문병기 bae2150@donga.com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