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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원전, 독불의 엇갈린 길

Posted June. 01, 2011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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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은 이웃 나라이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프랑스는 벌판의 나라, 독일은 숲의 나라다. 프랑스는 수학을 중시하는 합리주의, 독일은 신비적 요소를 중시한 낭만주의가 성했던 나라다. 프랑스는 가톨릭 우위에도 불구하고 세속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지만 독일은 종교세()를 걷는 개신교 국가다. 원전에 대한 태도에서도 극명하게 갈린다. 프랑스는 전력의 75%를 원전으로 생산하는 나라인 반면 독일은 전기를 프랑스에서 사 쓸지언정 원전을 기피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은 원전 폐쇄의 길을 택했다. 독일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끈 좌파 연정 당시 2021년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하기로 했다. 뒤이어 집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원전 가동시한을 12년 연장한다고 발표했다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폐쇄 방침으로 돌아갔다. 반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ERP라는 안전성이 강화된 신형 원전을 무기로 세계 원전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가 기회인 셈이다. 프랑스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에서 한국에 패한 이후 ERP 원전에 대해 안전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홍보를 강화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섬 원전 사고 직후에도 세계 각국이 원전 정책을 조정했다. 원전 산업의 압도적 선두였던 미국이 이 사고로 주춤한 사이에 프랑스 일본 한국이 뛰어들어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세 국가 중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 당사자인 일본이 한발을 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프랑스와 한국이 앞으로 원전 시장의 양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와 한국은 독일이나 일본과는 처지가 다르다. 일본은 지진과 쓰나미가 빈번히 발생하는 지대에 있다. 독일인의 환경관은 숲에 대한 경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극우파인 나치당원도, 극좌파인 녹색당원도 원자력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독일 우파 정당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시 중단으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정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프랑스의 합리주의에는 인간이 원자력도 통제할 수 있다는 사고가 강하다. 각국의 원전 정책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 과학기술의 발전 정도, 국민의 수용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