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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선 공작의 추억

Posted March. 23, 20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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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6대 대통령선거 때 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 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제기한 병풍()은 위력적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김 씨를 의인()으로 추켜세웠지만 병풍은 실체 없는 허풍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은 2004년 김 씨의 명예훼손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김 씨의 폭로가) 한나라당 후보에게 불리한 영향을 주겠다는 현실적 악의가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20만 달러 수수설과 부인 한인옥 씨의 기양건설자금 10억 원 수수설도 제기했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3대 의혹은 여권(당시 민주당 측)의 대선공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직격탄을 맞은 이 후보는 1997년 대선에 이어 또 낙선했다.

2002년 8월 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기자들에게 검찰로부터 병풍 유도 발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검찰 측이 국회에서 (이 후보 아들) 병역면제 의혹을 거론해 수사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김대업 씨는 2008년 1월 모 방송사 PD에게 보낸 e메일에서 (노무현 정권 시절) 권력의 맛에 취해 신의()를 저버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병풍 공작의 이면을 공개하겠다는 것으로 들렸으나 김 씨는 그 후 입을 다물었다.

1997년 대선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북측 인사를 만나 판문점에서 총격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검찰은 총격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해 당시 여당인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공작으로 판단하고 총격을 요청한 3인을 구속했다. 법원은 (북측에) 총격을 요청한 사실은 있었다면서도 배후 여부에 대해선 기록상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2007년 대선 때 BBK 의혹 제기의 핵심 인물인 에리카 김 씨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대선 직전 통합민주당 측으로부터 한국에 들어와 선거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기획입국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공작으로 민의()를 바꾸려는 시도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짓인데, 내년 대선에선 어떨지.

정 연 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