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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치킨 전쟁

Posted December. 11, 201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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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가 9일부터 치킨 한 마리당 5000원에 팔기 시작하자 주문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예약 주문을 하고 지정된 시간에 찾으러가야 할 정도다. 이마트가 8월부터 시중의 절반 정도 가격에 피자를 판매한 피자 전쟁에 이어 치킨 전쟁이 벌어졌다. 롯데마트 치킨 인기가 높아질수록 인근 치킨 가게들은 속이 탄다. 동네 치킨집들은 영세업자 다 죽인다며 항의시위를 벌이는 판이다. 이마트 피자로 인한 인근 피자집 매출 감소는 10% 이내였던 것을 근거로 롯데 치킨의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기는 하다.

치킨 전쟁으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품목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출범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산업연구원을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도산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의 값싸고 질 좋은 제품 선택권을 박탈해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보호 위주의 정책들을 없앤 게 몇 년 전의 일이다. 대기업의 신규참여나 사업 확장을 금지하는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는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국세청은 2009년 국내 자영업자가 487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20%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의 26%인 126만 명이 음식점 의류점 호프집 등 30개 업종에 몰려 있어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 창업자 93만 명 중 35%가 이들 업종의 간판을 내걸었다. 창업 희망자는 인터넷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시군구별 업종별 자영업자 수를 확인해보면 경쟁이 얼마나 심한 업종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이 극심한 분야의 창업은 자영업계의 고질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가 성장해 생계형 창업 희망자를 흡수해나가면서 자영업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단독 경영보다는 프랜차이즈나 슈퍼마켓협동조합 같은 임의가맹점형 체인으로 조직화 협업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이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 중인 나들가게(코사마트)도 같은 상호를 쓰는 공동브랜드를 넘어 공동물류()를 활성화하는 단계로 이어져야 비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자영업 전쟁의 궁극적인 해법은 좋은 일자리 공급을 늘리는 길 밖에 없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