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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둘이 사는데 40, 50평 필요있나요 소형아파트가 뜬다

단 둘이 사는데 40, 50평 필요있나요 소형아파트가 뜬다

Posted June. 13,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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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 뜨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전용면적 85m(약 26평형) 미만의 소형아파트는 수요가 몰려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이는 반면 중대형 물량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시들해지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2, 3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와 실질소득 감소, 12인 가구의 증가와 고령화 등 다양한 경제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축소지향의 주거문화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쟁률-가격 모두 소형이 강세

대우건설이 올 3월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분양한 효창파크푸르지오는 면적이 작을수록 1순위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전용면적 59m(약 18평형) B타입은 19.6 대 1로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반면 84m(약 25평형)과 114m(약 34평형)은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에 그쳤다.

지난달 경기 의왕시 내손동에서 분양된 래미안에버하임도 가장 작은 59m B타입의 경쟁률(3.4 대 1)이 최고였다. 한양이 4월 파주시 교하읍에서 분양한 한양수자인은 1순위 청약에서 소형인 59m만 1.4 대 1로 마감됐고 중대형은 2순위까지 모두 미달이었다. 대림산업과 코오롱건설이 지난달 인천 서구 신현동에서 분양한 아파트도 소형 인기, 중대형 미달의 결과가 나왔다.

3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6년 11월 평균 경쟁률 75 대 1을 기록한 서울숲 힐스테이트(성동구 성수동)는 117m(약 35평형)의 경쟁률(36.1 대 150.8 대 1)이 42m(약 12평형18.5 대 1)의 2배 이상이었다. 2006년 3월 성남시 판교신도시 중소형 동시분양에서도 중형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소형을 앞질렀다.

요즘은 집값도 소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85m 초과 아파트는 2006년 평균 32% 급등한 뒤 2007년 0.73%, 2008년 6.6% 등으로 떨어졌다. 반면 60m(약 18평형) 이하는 2007년 평균 7.1% 오른 뒤 집값이 급락했던 지난해에도 오히려 4.4% 상승했다.

대출규제로 중대형 신화 흔들

20002006년 이어진 부동산 호황기는 중대형의 시대라고 불릴 만했다. 너도나도 빚을 내서 실제 필요한 주거면적보다 더 큰 아파트를 사는 열풍에 휩싸였다. 자고 나면 수천만 원씩 오르는 아파트 가격 상승을 중대형이 주도했기 때문에 좀 무리해서라도 큰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 건설사들도 중소형을 제쳐놓고 중대형 공급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라는 칼을 빼들면서 2007년부터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던 자금이 뚝 끊기면서 주택 수요 자체가 감소해 집값도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대출 규제로 비틀거리던 중대형 아파트 선호 현상에 결정타를 날렸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주택 매수세 자체가 실종되면서 중대형은 가격이 급락했고, 분양시장에서도 미분양 물량이 쌓여 한국 경제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1인 가구 늘어 소형 인기 이어질듯

경기침체와 자금난이 소형주택 인기의 단기요인이라면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의 변화는 장기적 요인으로 꼽힌다. 핵가족화가 정착돼 방이 적어도 되고 독신 가구가 크게 늘어 대형 아파트의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00년 16%에서 지난해 20%로 늘었다. 부부만 있는 가구도 같은 기간 12%에서 15%로 증가했다. 1인가구와 부부가구의 비율은 2030년 각각 전체 가구의 24%, 21%로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형보다는 실속을 중시하는 경향도 주택 과소비 현상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분석한 저서 아파트에 미치다를 출간한 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도쿄()에 사는 일본인 부장급은 보통 30평형대에 살지만 서울의 한국인 부장급은 대부분 최소 40평형대에 살 정도로 주거 생활에 거품이 있다며 최근 실속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주택거품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은퇴를 앞두고 집 크기를 줄여 노후생활을 영위하려는 50대가 늘어나는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최근 들어 집은 사람의 얼굴이라는 개념이 약해지고 관리비 절약 등 실리적인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 교수는 새로 주택 소비 시장에 진입하는 20, 30대가 큰 집보다는 적절한 공간을 자기 입맛에 맞게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임을 고려하면 소형 주택을 선호하는 추세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혜진 손효림 hyejin@donga.com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