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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대중과 김하중

Posted December. 01, 20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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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중 통일부장관은 제7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1973년 외교관이 됐다. 그는 2001년 10월부터 지난 3월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장관으로 발탁될 때까지 6년 5개월 동안 주중대사를 지내 직업외교관 출신으로 최장수 대사 기록을 갖고 있다. 노태우 정부 때는 3년 동안 주중 공사로 근무하며 한중수교에 깊이 간여한 것을 포함해 중국에서만 9년 반 동안 근무했다. 외교부 안팎에서 명실상부한 중국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다.

김 장관은 업무 수행 능력도 뛰어났겠지만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DJ는 윗사람의 뜻을 간파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절대 윗사람의 뜻을 거스르는 법이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어온 그를 대통령 의전비서관과 외교안보수석으로 2년 반 동안 곁에 뒀다가 주중대사로 내보냈다. 이에 앞서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직후 외교안보수석에 임명된 그는 시종 햇볕정책의 충실한 집행자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집권 5년 내내 중국 대사로 베이징에서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대북정책의 기조가 크게 다른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일부장관이 됐으니 입장이 난처했을 법하다. 그는 장관 내정 직후 실용주의에 입각해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모범답안을 내놨다. 지난 3월10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햇볕정책은 추진 방법과 속도와 폭,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방식, 합의 도출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햇볕정책을 정면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국정감사 때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김 장관에게 영혼을 파신 것 아니냐고 물어볼 만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의도적으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다는 DJ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남북관계를 사랑하고 중시해서 한 말씀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발끈한 한나라당의원들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통일부장관이 맞느냐는 질책이 쏟아지자 그는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적이 없다. DJ 발언이 사실이라면 유감이라고 말을 바꿔 상황을 수습했다. 김 장관의 이 말이 자리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 게 아니었으면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