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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있다면 라이벌이라도 오바마 통큰 포용

능력있다면 라이벌이라도 오바마 통큰 포용

Posted November. 24, 2008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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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된 미국 건설을 주창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첫 국무장관으로 힐러리 클린턴(61) 상원의원이 내정됐다.

또 재무장관에는 티머시 가이트너(47) 뉴욕연방은행 총재, 상무장관에는 빌 리처드슨(61) 뉴멕시코 주지사가 내정됐다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22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는 27일경 각료들의 명단을 공식발표할 예정이다.

오바마의 통 큰 용인술=세계를 대하는 미국의 얼굴로 불리는 국무장관에 힐러리 의원을 기용한 것은 당내 경선 기간을 거치면서 사생결단의 승부를 펼쳤던 숙명의 라이벌을 끌어안은 과감한 포용인사이자 탕평인사로 볼 수 있다. 오바마 당선인으로서는 통 큰 지도자상을 부각할 수 있고, 힐러리 의원으로서는 국제무대 주연급으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윈-윈하는 측면도 있다.

힐러리 국무를 내정한 이면에는 이미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를 충성심 강한 시카고 사단으로 채운 데다, 외교안보전문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이 유력한 존스 전 사령관을 통한 견제가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 이란 핵문제, 중동 평화협상, 북핵 문제에 이르기까지 자신보다는 훨씬 오른쪽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 의원을 국무장관에 내정한 것은 향후 외교정책을 중도우파적 관점에서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오바마 외교안보팀은 어디로?=이념보다는 중도성향의 실용이, 실험정신보다는 과거의 경험이 중시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오바마 당선인으로서는 악화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내전 상황이나 혼란에 빠져있는 파키스탄의 정세, 일촉즉발의 이란 핵위기 등을 고려할 때 임기 초반에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

다만 8년간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힐러리 의원이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서 했던 발언을 종합해 볼 때 중동 평화협상에서 아랍권보다는 이스라엘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오바마와 힐러리의 약속?=뉴욕타임스는 20일 오바마 당선인과 힐러리 의원의 전화통화가 분수령이었다고 소개했다.

13일 오바마 당선인의 대통령 당선 후 첫 만남에서 국무장관직에 대한 원론적인 논의가 있었지만 힐러리 의원은 상원의원직을 포기하고 오바마 행정부에 입각하는 것에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

특히 힐러리 의원은 국가안보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바로 접근할 수 있는 독대() 권한과 국무부 내 인사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네오콘 세력이 심은 존 볼턴 국무부 차관에게 밀려 휘둘린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20일 통화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두 가지 권한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