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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미일순방, 국격높이는 외교와 실용적 성과를

[사설] 대통령 미일순방, 국격높이는 외교와 실용적 성과를

Posted April. 14, 2008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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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내일 미국 일본 순방 길에 오른다. 취임 후 첫 정상외교의 상대국으로 미일()을 선택한 것은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나 한반도와 주변정세로 미루어 극히 자연스럽다. 이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동북아 평화와 공동번영에 대해 깊숙이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번 미일 순방은 우리의 국격()을 내외에 과시하고, 제반 외교 현안에서 실용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고,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 반세기가 넘도록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나라다. 마땅히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 주변국 의식에 매몰돼 반도국가의 숙명론이나 되뇌고 있을 단계는 지났다.

불행히도 우리는 그동안 국격의 토대인 한미동맹의 소중함을 훼손했다. 대통령부터 폐쇄적 자주론()에 빠져 전후() 최고의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가볍게 여겼고, 사사건건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우리가 지불해야 했던 기회비용은 막대했다. 한미동맹의 빈 자리를 북한의 핵이 메우게 된 게 단적인 예다.

이 대통령의 방미는 뒤틀린 한미관계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한미동맹은 빠르게 복원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 대통령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으로 초청한 것이 그 신호다.

한미관계를 손상시킨 가장 큰 요인은 신뢰의 부재()였다. 김 전 대통령은 부시와의 대화기회를 고집스레 햇볕정책 관철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다 신뢰를 잃었다. 노 전 대통령은 앞장서서 반미면 어떠냐고 외쳐 한미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례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은 성공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언했다. 이 같은 인식을 부시와 공유해 북한 변수로 인한 한미 갈등의 소지를 차단해야 한다. 과거 정부와는 달리 새 한국 정부는 북핵 폐기에 대한 불완전한 합의는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의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건전한 동맹관계의 복원을 기대할 수는 없다. 19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에선 벌써 한국군 아프간 재()파병, 주한미군 기지 이전 비용의 한국 분담 확대, 한국의 PSI 참여, 미국 쇠고기 수입 개방 요구가 흘러나오고 있다. 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성숙한 한미관계를 위해서는 서로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이 대통령도 노(NO)라고 하는 용기가필요하다. 사안별로 줄 것은 주고 얻어낼 것은 얻어내는 것이 실용외교다. 우리도 그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주한미군 기지 이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미국의 어려운 요구를 다 수용했다. 미국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이 대통령은 한미 FTA 비준을 위해 5월 임시 국회 소집을 요구했다. FTA는 한미 양국 정부의 약속이다. 미국 정부도 FTA 비준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 총리와의 만남도 의례적 회담이 아니라 구체적 성과를 얻어내는 실용적 회담이 되어야 한다. 한일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 과거사 문제보다는 일본의 대한()투자를 확대해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를 개선하는 방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의욕이 앞서 정부 출범 초기에 협조를 강조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갈등이 다시 빚어지는 한일 외교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배워가면서 외교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정상외교지만 실용적인 성과물로 가득 찬 첫 순방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