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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가 말랐다

Posted April. 08, 200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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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의 외화자금 수급사정이 악화되면서 기업 하나 국민은행 등 상당수 시중은행이 최근 신규 엔화대출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엔화대출 신규 상담 및 대출을 전면 중단했다. 기업은행은 3월 말 현재 엔화대출 잔액이 3329억 엔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또 하나은행은 4월 초부터, 국민은행은 1월부터 신규 엔화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한 외화대출 담당자는 영업점 창구마다 엔화대출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원화대출로 받으라고 안내하고 있다면서 외화자금 수급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엔화대출을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엔화대출을 중단한 것은 엔화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발생하자 일본 은행들은 최근 엔화대출을 대폭 줄였다.

또 한국은행이 3월 말 기업의 운전자금용 외화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을 해주도록 각 은행에 권고하면서 은행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엔화 대출금의 상환시기가 미뤄진 것도 엔화대출 재원 부족의 원인이 됐다.

반면 엔화대출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 3월 들어 원-엔 환율이 급등(원화가치는 하락)하자 향후 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을 기대하고 환차익을 노린 기업들의 엔화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100엔당 원-엔 환율은 지난달 17일 1,061.58원까지 치솟은 뒤 이달 7일 950.75원으로 내렸다. 지난달 17일 1000만 엔(당시 환율로 1억615만8000원)을 엔화로 대출받았다면 이후 환율 하락 덕에 7일 기업이 상환해야 할 원금은 9507만5000원으로 1108만3000원 줄어드는 셈이다.

이런 기업들의 엔화대출 수요 증가로 3월 중 기업 하나 신한 우리 국민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1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서며 2월 말보다 88억 엔 증가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윤석 박사는 외화대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무분별한 외화대출 신청이 늘었다면서 일부 고객이 불편을 겪기는 하겠지만 은행들이 외화대출을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외화대출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곽민영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