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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초라하지만

Posted February. 15, 2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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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현대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대학 야구 수준으로 떨어진 것 같다.

현대 선수들 사이에는 자신도 모르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프로야구 제8구단 창단을 추진 중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마련한 전지 훈련장을 14일 처음 본 후였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강창학야구장.

첫 실외훈련에 가슴이 탁

외야 멀리 제주 남쪽 바다가 금빛으로 넘실거리고 주변에는 야자수도 있어 미국 플로리다 같다는 농담도 나왔다. 지난해까지 전지훈련을 갔던 플로리다를 누가 떠올린 것.

하지만 주로 사회인 야구가 펼쳐지는 경기장은 프로 선수들이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훈련장으로서는 부족함이 많았다.

라커룸이 없는 야외 구장에서 선수들은 외야 한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늘막조차 없었다. 거센 바람에 마운드에 뿌려놓은 적토가 공중에서 흩날렸다. 화장실이 없어 휴식 시간에 한 선수는 슬쩍 펜스 뒤편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날은 추웠다. 햇볕이 비춰 한낮엔 영상 6도까지 올라갔지만 바람이 매서웠다. 선수들은 두툼한 잠바를 입고 지퍼를 턱 밑까지 당겨 올렸다. 머리에 비니(머리에 달라붙는 털모자)를 쓴 선수들도 여럿 있었다. 풍경만 하와이라는 불만도 나왔다.

그래도 선수들은 가슴은 좀 트이는 듯했다. 그동안 경기 고양시 원당야구장에서 실내 훈련만 하다 첫 실외 훈련에 나섰기 때문. 선수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몸을 풀기 시작해 캐치볼 등을 하며 2시간여 동안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광환 감독 융합이 우선

전준호는 바람은 좀 불지만 생각보다 따뜻해서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내 훈련장이 없어 날씨가 나빠지면 훈련에 제약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숙소에 별도 웨이트 트레이닝장이 없어 낮에는 그라운드 훈련, 밤에는 근력 훈련을 하는 예년의 해외 전지훈련 방식을 지키지 못한다.

현대는 다른 팀보다 한 달 정도 늦게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이광환 신임 감독은 급작스럽게 끌어가지 않겠다. 시범경기까지 부상 없이 가는 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신생팀이라 무엇보다 융합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감독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모자와 잠바를 착용했고, 현대 선수들은 유니콘스가 새겨진 훈련복을 입고 있었다. 새 훈련복은 내주에 나올 예정.

선수들은 2월 말까지 제주에서 훈련을 한다. 시범경기에 나설 선수들은 3월 2일 남해로 건너가고 2군은 제주에 남아 마무리 훈련을 할 예정이다.



황인찬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