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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흑인 몰표로 역풍 맞을라

Posted January. 22, 2008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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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에 대한 흑인 유권자들의 몰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9일 네바다 주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흑인 유권자 가운데 83%가 그를 지지했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흑인 표의 절반 이상은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몰렸다.

흑인 유권자 비율이 절반에 이르는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선거에서도 오바마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라스무센 등 4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오바마 후보의 지지율은 평균 43%로 힐러리 후보를 11% 차로 앞섰다.

그러나 오바마 캠프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흑인 후보의 정체성이 강조된다면 백인 표의 결집 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는 1960년대 초 흑인민권운동을 주도했다가 암살당한 마틴 루서 킹 목사 기념일인 21일 그가 담임목사를 지낸 교회를 찾아 흑백 차별을 넘어선 미국의 통합을 강조했다.

유권자의 묘한 흑백 의식=미국에서 흑인문제를 잘못 거론했다가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politically incorrect)고 지탄받는다. 조지프 바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이 지난해 오바마 후보가 깨끗하고(clean) 발음이 정확하다(articulate)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유권자의 묘한 흑백의식은 CBS방송과 뉴욕타임스가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주변 사람이 흑인 후보를 찍겠느냐는 질문에는 65%만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나는 찍겠다는 답변은 90%에 이르렀다. 뒤집어 말하면 난 흑인 후보를 찍지 않겠다는 확신범은 10%에 불과하지만, 흑인 후보에 대한 일반적인 거부감은 35%쯤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흑인 후보 시기상조론이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된다.

인종문제 쟁점화=최근에는 오히려 오바마 후보 지지자들이 힐러리는 인종주의자(racist)라는 말을 꺼냄으로써 인종문제를 이용한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힐러리 후보는 얼마 전 킹 목사의 풀뿌리 민권운동 노력보다 린든 존슨 대통령의 정치적 입법실적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흑인전문(BET 채널) TV로 첫 흑인 억만장자가 된 힐러리 후보 지지자는 힐러리가 흑인문제 극복에 천착하는 동안 오바마는 자신이 회고록에 쓴 것처럼 그걸(마약 복용) 했다고 말해 논쟁을 불러왔다. 제3자를 앞세워 오바마의 흑인사회운동 노력을 폄하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힐러리 후보는 이러한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왕년의 농구스타 매직 존슨 등 흑인 지지자를 가급적 자주 화면에 등장시키며 흑인과 친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살리려 애쓰고 있다. 또 최근에는 오바마 후보의 흑인사회운동을 높게 평가한다는 말도 자주 한다.

이런 행보는 백인 여성 유권자 가운데지지 후보를 힐러리로 바꾸는 성향이 뚜렷해지는 시점에 이뤄졌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의 912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는 백인 여성 표에서 50% 대 30%로 오바마 후보를 앞서고 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