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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 교육의 복원력

Posted January. 07, 200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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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결과가 발표되자 일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일본 학생의 읽기 능력이 2000년 세계 8위에서 2003년 14위로 떨어진 탓이다. 과학은 2위, 수학은 6위로 세계 상위권을 유지했는데도 국민의 성토와 질책이 빗발쳤다.

일본 정부의 대응은 기민했다. 문부성은 부활하라, 일본을 내걸었다. 2002년 도입된 유토리(여유) 교육이 읽기 능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런 느슨한 교육이 책을 멀리하게 만들었다는 반성론이었다. 학교마다 수업 시작 전 10분씩 책을 읽도록 하는 아침독서 시간을 배정했고, 국회는 이런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도록 문자활자문화 진흥법을 제정했다.

강력한 처방이 더 이어졌다. 교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10년마다 교사면허를 갱신하기로 했고, 전국 학력테스트를 43년 만에 부활했다. 세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영국의 이튼스쿨을 모델로 삼은 가이요 중고교를 2005년 아이치 현에 개교했다. 1년 학비가 300만 엔(약 2400만 원)이나 하는 학교의 운영을 위해 도요타자동차 등 기업들이 200억 엔(1600억 원)을 다투어 기부했다. 대학 개혁도 급물살을 탔다. 도쿄대는 영국 더타임스지 평가로 작년 세계 대학 랭킹 17위에 올랐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고 교수 5000여 명 중 1300여 명을 외국인으로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학력이 하루아침에 신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최근 발표된 2006년 PISA에서 일본은 2003년보다 순위가 낮아졌지만 이것이 오히려 학력증진 운동을 재점화하고 있다. 그사이 한국은 바뀌는 게 없었다. 일본이 2003년 단행한 국립대 법인화만 해도 우리는 1990년대 초에 착수했지만 아직도 표류 중이다. 교원평가제 역시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 고교평준화 제도의 보완 및 대입 자율화 원칙을 밝히자 노무현 대통령이 교육 쓰나미라며 반기()를 들 정도다. 비()경쟁 좌파 교육이념의 사슬 끊기가 당면 과제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