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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언론 대못질 제1부]<14>비판신문에 과징금 집중

[참여정부 언론 대못질 제1부]<14>비판신문에 과징금 집중

Posted December. 17, 200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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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0.2% 신문산업에 무자비한 칼날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문시장과 관련해 내놓은 보도자료는 30여 건에 이른다. 대부분 신문사 독자센터(지국) 및 본사를 조사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이다. 공정위가 특정 산업에 대해 이처럼 지속적이고 조직적으로 보도자료를 낸 사례는 다른 산업에선 찾아보기 쉽지 않다.

특히 2005년 9월부터는 지국의 신문고시 위반 혐의를 신고한 사람에게 신고포상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지급한 전체 신고포상금 가운데 신문 관련 포상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87%, 올해 들어 5월까지는 99%에 이른다. 공정위는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현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정위가 지금까지 지국이 아닌 신문사 본사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메이저신문 3개사뿐이다. 이 과정에서 법 집행의 형평성과 자의적 판단이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개 중앙 일간지의 매출액은 1조7000억 원 수준. 작년 국내총생산(GDP) 847조9000억 원의 0.2% 정도이다. 영향력과 별개로 시장규모 측면에서는 미미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신문 산업에 대한 압박을 주도해 온 공정위의 주요 책임자들은 누구일까.

언론압박 주도한 권오승-강철규 위원장

공정위를 통한 비판언론 압박 의도는 현 정권 출범 첫해인 2003년 8월 초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토론회에서 밝힌 대()언론 정책에서 감지됐다.

노 대통령은 법 집행을 한 뒤 공정한 경쟁이 되면 시민들이 언론을 제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신문고시()나 공정위의 기능을 말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해 공정위를 통한 언론 통제 가능성을 예고했다.

현 정권 출범 후 두 명의 공정위원장은 언론, 특히 정권에 비판적인 일부 신문과 계속 갈등을 빚어왔다.

권오승 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1일 국정감사에서 언론들이 광고 때문에 균형보도를 못한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정정 또는 사과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정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지난해 말에는 앞으로 언론 보도와 관련해 악의적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악의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그는 노 대통령이 대통령당선자 시절이던 2003년 초 노 대통령의 딸 정연 씨와 자신의 제자인 곽상언 변호사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연이 공정위원장 발탁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이었던 강철규 전 위원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강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1년 신문협회 자율규제 내용을 담은 신문고시 조항을 제정할 때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현 정권 출범 뒤 공정위의 신문시장 직접 개입을 내용으로 한 신문고시가 마련되자 이를 근거로 각종 언론사 조사를 주도했다.

실무 책임 맡고 있는 시장감시본부

권 위원장에 이어 공정위의 2인자인 김병배 부위원장도 공정위의 언론대책 관련 의사결정 라인에서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공정위 공보관을 지낸 데 이어 현 정부 들어서는 언론사 조사를 총괄하는 초대 시장감시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가 공보관이었던 시절 공정위는 공정위의 언론압박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본보 기자에 대해 사무실 출입금지 조치를 취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현재 시장감시본부를 맡고 있는 김원준 본부장은 올해 3월 동아와 조선, 중앙일보 등 3개 메이저신문 본사에 대해 처음으로 과징금 부과 결정을 내리면서 신문의 유료 부수 판단 기준 때문에 논란을 빚었다.

그는 유료신문을 지국이 독자에게 파는 부수를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신문사는 본사가 판매지국에 파는 부수를 기준으로 유료신문 부수를 산정해 왔다. 또 그동안 신문사 본사와 지국은 동일체가 아니기 때문에 지국의 과징금을 신문사별로 취합해 발표하는 것은 맞지 않다던 공정위의 잣대와도 다른 것이었다.

시장감시본부 내에서 언론 조사 실무 책임자인 조홍선 거래감시팀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사가 지국에 과다한 무가지()를 제공하는 것은 지국이 구독자에게 무가지를 뿌리는 원인이 된다며 공정위 논리를 대변했다. 이에 불복한 동아, 조선, 중앙일보는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시장감시본부는 지난해 신문시장의 경품 및 무가지 제공 관행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100만 인 서명운동 등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정부가 특정 업종의 시장질서와 관련해 시민단체나 할 법한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전례가 없었다. 게다가 공정위는 그동안 비판언론을 매도해 오면서 친()정권 성향이란 지적을 받아온 몇몇 언론단체와 손잡고 캠페인을 추진해 속 보이는 정책이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이를 추진한 시장감시본부장은 주순식 현 공정위 상임위원, 거래감시팀장은 최무진 현 정보교육안전팀장이다.

여당의원 측에 신문 문건 전달하기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비판언론 압박에 나선 공정위 사람들이 승승장구하면서 공정위의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많다.

2004년 7월에는 공정위의 신문담당 박범서 사무관이 각 신문의 논조 분석, 언론개혁 방향 등의 내용이 담긴 신문 관련 문건을 여당 의원 측에 넘긴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당시 공정위는 공식 견해가 아니라 사무관 개인의 의견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사무관에 대해 본부대기 명령을 내렸다. 박 사무관은 현재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 경제관료는 사무관급 공무원이 엄청난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그런 문건을 몰래 여당의원에게 넘겨준다는 것은 다른 부처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DJ정부때는 무리한 과징금 ]

공정거래위원회는 김대중 정부 당시인 2001년에도 동아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사에 대한 압박을 가했다. 정권 실세들과의 교감 아래 이뤄진 당시 공정위의 언론사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함께 정치적 의도가 짙게 깔린 비판언론 손보기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DJ가 2001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언론개혁을 화두로 꺼내자 국세청과 공정위는 잇따라 언론사 세무조사와 부당내부거래 조사방침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같은 해 초 청와대에서 의료와 제약, 통신 등 5, 6개 업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는 클린마켓 프로젝트를 보고했다. 이때 보고 자료에는 언론사가 명기되지 않았으나 청와대 보고가 끝난 뒤 언론사 조사가 포함됐다.

공정위는 2001년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대대적인 조사를 벌여 6월에 13개 언론사에 24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동아일보에 물린 과징금이 62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조선일보 34억 원 중앙일보 25억 원 순이었다. 이들 3개사의 과징금은 121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이나 됐다.

공정위는 정권이 바뀌기 직전인 2002년 말 과징금 부과 처분을 돌연 취소했다. 스스로 과징금 부과 처분이 무리했음을 인정한 셈이었다. 경제 부처가 정치 권력의 입맛에 맞춰 오버했다가 망신을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공정위의 언론 압박을 주도한 이남기 위원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03년 3월경 물러났으나 퇴진 한 달여 만인 4월 말 검찰에 구속됐다. 자신이 다니는 사찰에 10억 원을 기부하라는 압력을 SK에 넣은 혐의였다. 그는 공정위 안에서조차 역대 공정위원장 가운데 가장 불명예스러운 위원장으로 꼽힌다.

이 위원장 밑에서 언론사 조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사람은 당시 허선 정책국장으로 꼽힌다. 허 국장은 이후 경쟁국장으로 옮겨 2004년 5월 신문사를 대상으로 첫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그는 1급인 사무처장까지 승진했다가 지난해 9월 법무법인 화우의 수석컨설턴트로 옮겼다.

대외적인 문제는 조학국 공정위 사무처장이 담당했으며 언론사 조사를 현장에서 지휘한 사람은 이한억 조사국장이었다. 조 처장은 현 정권 출범 후 차관급인 부위원장까지 올랐다가 2005년 9월 1일자로 법무법인 광장으로 옮겼다.

DJ정부의 언론사 조사 당시 김병일 부위원장은 비판언론 압박에 비교적 거부감이 강했다는 평을 듣는다. 오랫동안 공정위 안에서 공정위원장 후보 1순위로 꼽혔던 그가 부위원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