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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시장 한국브랜드 사면초가

Posted December. 07, 200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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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치이고.

21세기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러시아에서 한국 브랜드가 당면한 현실이다.

1998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유럽이나 일본 기업들이 대거 러시아 시장을 떠난 반면 한국 기업들은 꿋꿋이 버틴 결과 지난해까지 높은 시장 지배력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 고유가에 따른 호황으로 러시아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고 이를 겨냥해 일본과 유럽 기업들이 파상 공세에 나서면서 한국 브랜드들은 선두 자리를 하나 둘씩 내놓고 있다.

일본의 저돌적 진출=러시아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2002년 한국과 일본의 대러시아 수출액은 각각 9억3000만 달러와 9억8000만 달러로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지난해까지도 양국의 수출액은 50억60억 달러로 엇비슷한 규모였다.

그러나 일본은 올해 수출이 급신장해 한국과의 격차를 50억 달러 이상까지 벌려 놓을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올 10월 러시아와 일본의 교역액이 지난해 120억 달러였지만 올해 15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나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르게이 나리스킨 부총리는 양국의 통상 규모가 200억 달러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나라의 통상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일제 자동차와 가전제품의 수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 측은 분석했다.

특히 일본 자동차의 약진은 한일 양국의 수출 격차를 벌려 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19월 도요타 자동차의 수출은 11만 대로 지난해보다 62% 늘었다.

한국 쪽에서 볼 때 여전히 대러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다. 그러나 2005년까지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현대자동차는 올 19월 9만5000여 대를 수출해 지난해 2위에서 올해 4위로 밀려났다. 러시아인들도 2006년 노사분규 여파로 현대차가 시장에서 힘을 잃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던 휴대전화와 가전제품도 일본의 고가 제품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올해 111월 삼성전자의 러시아 수출은 38억 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3% 늘었다. 그러나 휴대전화 부문에서 소니에릭손이 맹추격하고 가전에서도 소니의 약진이 두드러져 머지않아 선두 자리를 지키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05년까지 시장 점유율 1위였던 LG전자의 세탁기 냉장고 TV 등은 이미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국에도 치이는 중저가 제품=러시아에 의류나 생활필수품 등을 수출하는 한국 중소기업들은 중국 등쌀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한국 중소기업 제품이 보름 이상 세관 창고에 묶여 시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이 지역을 다녀온 한국인 조모 씨는 석유를 싣고 중국을 드나드는 열차가 너무 많이 늘어 러시아 극동에 도착한 한국 화물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에 올라갈 틈이 없다고 전했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밀월관계를 이용해 최근 체리 등 저가 자동차의 수출 길을 열었다. 체리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세 배 늘었다. 지난해 중국의 러시아 수출 총액은 7년 전에 비해 12배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 오영일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순간의 정책 실수나 파업은 자칫하면 수출 길의 사망 선고로 이어진다며 수출 전략을 다시 짜 10년 전의 맹렬한 추진력을 되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위용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