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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나눠주러 갔는데 제발 잘 견뎌다오

Posted July. 30, 2007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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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우리 가족은 알 수가 없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하하거리던 너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11일째인 29일 피랍자 제창희(38회사원) 씨의 어머니 이채복(69)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하나뿐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보고 싶은 창희야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1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나 유난히 가족들의 귀여움을 받던 창희 씨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심경이 배어났다.

이 씨는 어려서부터 누나들 사이에서 얼마나 사랑을 받고 살았니. 그 사랑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려고 그 힘든 곳을 갔는데엄마와 가족을 생각하고 어려움을 견뎌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사랑하는 창희야! 씩 하고 웃는 얼굴이 무척이나 보고 싶구나.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길 우리 모두 기도하자며 끝을 맺었다.

이날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모인 피랍자 가족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에 극도로 지친 모습이었다.

일부 가족은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고, 한 피랍자의 아버지는 교회 근처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불안을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을 피랍자들을 떠올리며 무사생환이라는 희망의 끈만은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현주 씨에 이어 두 번째로 육성이 공개된 유정화(39) 씨의 동생 정희(37) 씨는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심경을 밝혔다.

정희 씨는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무척 반가웠다. 언니가 무사히 살아 있어서 참 기쁘다. 하루 빨리 공항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정희 씨는 언니를 비롯해 나머지 분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22명 전원 석방이라는 보도만 기다릴 뿐이라며 언니가 정말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 씨는 시신을 장기보관하기 어렵다는 정부 측 설명에 따라 항공편이 마련되는 대로 배 목사의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당초 배 목사가 봉사단을 인솔한 만큼 피랍자들이 풀려나면 함께 시신을 운구하겠다고 밝힌 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던 빈소도 철수했다.

신규 씨는 (운구가 이뤄져도) 피랍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모든 추모 행위를 연기하고 장례 절차도 피랍자들이 귀국하는 날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피랍자 생환에 집중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이성호 이세형 starsky@donga.com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