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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판돈 1조원 대통령 나온다

Posted June. 01, 200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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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상 최초로 빌리언(10억) 달러 대통령을 뽑게 될 것이다.

마이클 토너 전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 위원장이 최근 내놓은 2008년 대선 전망이다. 차기 대선이 미국 역사상 최고로 값비싼 선거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역대 미 대선자금 그래프는 줄곧 상승선을 그려 왔다. 1992년 1억9800만 달러, 2000년 3억5170만 달러에서 2004년 7억150만 달러로 급증했고, 내년에는 이마저 가뿐히 뛰어넘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3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대선에 벌써부터 자금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황과 원인을 집중 분석했다.

돈이 필요해=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은 1분기에만 모두 1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 모았다.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6배, 1999년과 비교하면 8배나 늘어난 규모다. 왜일까.

과거 어느 때보다 열린(open) 대통령 선거라는 점이 이유로 거론된다. 현 대통령의 재임 시도나 부통령의 출마 등으로 가시화된 유력 후보가 없어 내부 경선에서부터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 벌써 18명이 출마 선언을 한 데다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등 잠재 후보도 추가로 거론되는 상태다.

민주당 로비스트 잭 퀸은 각 후보가 영입하고 있는 선거 전문가 인원과 계획 중인 선거캠페인 인프라를 보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한지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여 개 주의 예비선거가 내년 2월 5일 화요일에 동시에 이뤄진다는 점도 돈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날짜별 차이에 맞춘 선거유세나 한 주에서의 승리를 다른 주로 연결시킬 수 없는 한계 때문에 후보들은 TV 등 비싼 미디어 광고를 동시에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쓰나미 화요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각 후보 진영을 긴장시키는 요소다.

광고전은 대선이 18개월이나 남은 지금부터 불붙을 조짐을 보인다. 민주당의 존 에드워즈 후보가 지난달 이라크 철군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상업광고를 내보냈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아이오와 주에서 TV 광고를 했다.

돈이 있어야 민주주의?=인터넷상 풀뿌리 자금 모집에 참여하는 유권자도 어느 때보다 많다.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경우 올해 1분기 모금액(2500만 달러)의 절반을 인터넷을 통해 얻어냈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모금액과 맞먹는 자금을 그의 후원자 수의 2배에 가까운 10만 명에게서 끌어낸 것.

그렇다고 건전한 풀뿌리 자금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증시 활황을 타고 급증한 헤지펀드 자금도 속속 투입되고 있다. 특히 거대 헤지펀드를 견제하려는 의회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큰손 투자자와 펀드 운영자들이 쏟아 붓는 보험 성격의 자금도 상당하다.

이런 자금 인플레이션은 후원금 모집 과열 경쟁과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관심 저하 등의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후보들이 부자나 빡빡한 후원회 행사 일정에 매달리느라 일반 유권자들과의 접촉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금융인들과의 회의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운이 좋아야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들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