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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워진 표절 회초리

Posted May. 25, 2007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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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교수들이 학생들의 표절을 엄격히 처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교수들이 최근 강의 과제를 베껴 제출한 학생들을 무더기로 경고 처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일부 교수는 표절이라는 확증 없이도 의심이 되는 학생은 다시 불러 재시험을 치르게 했고 일부는 성적상의 불이익을 줄 뿐 아니라 행정적 징계까지 학교에 요구할 정도로 표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교 차원에서도 표절의 기준을 제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완진 교무처장은 어떤 경우가 표절인지의 기준과 학생들의 표절 방지를 위한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표절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포트 표절로 퇴학도 당할 수 있어

이태진(국사학과 교수) 서울대 문과대학장은 최근 이번 학기 강의 1학년 교양필수 과목인 한국사의 새로운 해석을 수강하는 학생 120명 중 10명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유는 표절.

10명 가운데 7명에겐 중간고사 성적으로 C 또는 D학점을 줬다. 표절 정도가 심한 3명에겐 F학점을 주고 앞으로는 강의에 들어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이 교수는 또 표절 정도가 심한 3명이 소속된 해당 단과대학 2곳에 행정적 징계를 요구해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징계 요구 대상이 된 3명 중 2명은 음악대학, 나머지 1명은 수의과대학 소속.

단과대 차원의 징계에는 반성문 제출부터 근신이나 정학, 퇴학 등이 포함된다.

이 학장은 문제가 된 10명 중 7명은 인터넷에 게재된 남의 논문을 베껴 짜깁기를 했고, 3명은 보고서를 팔고 사는 웹 사이트에서 지난 학기 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쓴 보고서를 내려받아 그대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학장이 요구한 보고서 주제는 외계 충격이 인류 역사에 미치는 영향으로 그는 조교를 시켜 표절로 의심되는 것들을 추려 낸 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표절 여부를 가렸다.

이 학장은 교수들이 학점을 안 주는 식으로 표절을 처벌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처벌하진 않았다며 표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교수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이 학장이 1학년을 대상으로 한 과목에서도 표절 행위를 엄격히 처벌한 것에 표절이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강력하게 심어 주려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징계 요구 대상인 2명의 학생이 속한 음악대학의 신수정 학장은 구체적인 징계 내용은 곧 교수들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표절 가이드라인 더욱 엄격해질 듯

표절에 엄격한 것은 이 학장뿐만 아니다. 이철희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학기 경제사 강의에서 보고서를 표절한 학생 4명을 적발해 감점 처리했다.

박종소 노어노문학과 교수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강의에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리포트를 짜깁기한 일부 학생들을 적발해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 교수의 강의는 2학년 대상 전공필수이며 박 교수의 강의는 1학년 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교양 과목이다.

이 교수는 강의와 관련된 영화 감상문을 내라고 했는데 일부 학생이 표절을 했다며 표절한 리포트는 0점 처리하고 다시 내도록 지시했다면서 기말 리포트 같은 성격의 리포트였다면 훨씬 엄중하게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절이 의심될 경우 재시험을 치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 김명환 영문과 교수는 표절이 의심되지만 명확히 적발하지 못하면 해당 학생을 불러 구술시험을 치르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진 학장은 최근 미국 듀크대 푸쿠아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강하던 한국인 등 아시아계 유학생 9명이 과제를 표절한 혐의로 퇴학 처분을 받은 사례를 들며 서울대는 물론 국내 다른 대학들에서도 곧 미국처럼 표절에 대한 처벌을 훨씬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장석 조은아 surono@donga.com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