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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의 본질은 돈-정치적 타협

Posted March. 24, 200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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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치면 돈 생겨 협상마다 대가 요구

돈과 정치적 타협.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이 두 핵심어로 집약된다.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성과 없이 끝난 6자회담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여 있던 돈이 수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회담을 중단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은 불법 행위로 조성된 자금까지 풀어 주기로 북한과 정치적인 타협을 했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는 항상 에너지 등 북한의 돈 요구에 미국이 정치적으로 타협할 때 잘 풀려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요구 수위가 높아지고 미국의 정치적 판단이 달라지면 북핵 문제는 다시 꼬였다. 돈은 상수고, 정치적 타협은 변수였다.

서울 불바다 위기 고조에 정치적 타협

1994년 8월 북-미가 서명한 제네바 합의의 골자는 북한의 핵 시설 동결 대가로 연간 50만 t의 중유를 제공하고 핵 시설 해체시 2000MW 용량의 경수로를 지어주는 것이었다.

합리적인 거래 같지만 배경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북한은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서 지켜야 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핵안전조치협정을 위반했다. IAEA에 신고한 영변 원자로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IAEA의 사찰 결과와 큰 차이가 났다.

미국은 북한에 협정 준수와 IAEA의 재사찰 수용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거부하고 원자로 연료봉 무단 인출, 서울 불바다 발언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키자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반대급부로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하기로 정치적인 타협을 했던 것이다.

2001년 집권한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정치적인 판단을 바꿨다. 평양 방문까지 추진했던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과 달리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밀어붙였고, 결국 제네바 합의는 깨졌다.

이에 앞서 미국은 1998년 3월 평북 금창리의 지하 동굴에 핵시설이 은닉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북한은 핵 개발과 무관한 민간시설로 드러날 경우 3억 달러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미국은 쌀 50만 t을 주고 금창리 현장 조사를 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터널은 텅 비어 있었다.

18개월 내내 2500만 달러 돌려 줘

BDA은행에 동결된 돈에 대한 북한의 집착은 지난 18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6자회담의 발목을 잡아왔다.

북한은 2005년 9월 19일 6자회담 공동성명 채택 직전 BDA의 자금이 동결되자 돈을 돌려받기 전까지는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2005년 11월, 2006년 12월에 이어 이번 6자회담을 다시 공전시켰다.

지난해까지 미국은 BDA은행의 북한 계좌 동결은 법을 집행한 결과이기 때문에 비핵화 논의와 연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 1월 북한과의 베를린 접촉에서 태도를 180도 바꿔 BDA은행의 불법 자금까지 모두 풀어 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번 6자회담에선 돈을 직접 손에 쥐기 전까지는 안 된다며 회담 중간에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평양으로 돌아가 버렸다.

체면 구기면서 돈 요구

북한은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부산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쌀 50만 t과 경공업 원자재 지원을 요구했다. 남측의 대북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돈을 챙기겠다고 나선 것.

북한은 6자회담 213합의 후에 열린 남북장관급 회담에서도 쌀 40만 t과 비료 30만 t 지원을 요구했고 남측은 이를 받아들였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군사력을 자랑하는 것과는 달리 궁핍한 경제난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취약점이 돈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준다. 북한이 BDA 은행에 묶인 2500만 달러(약 234억 원) 때문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것에 비춰볼 때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에만 3조 원이 넘게 북에 지원하고도 이를 대북 지렛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규모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반드시 상응하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건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