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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성홍열 등 전염병 전국 확산

Posted January. 31, 200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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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전역에 성홍열과 홍역 등 전염병이 급속히 번져 극심한 경제난에 신음하는 주민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본보와 접촉한 북한 주민들은 너나없이 평양과 지방에 전염병이 창궐하지만 의약품 부족으로 당국이 확산 방지에 손을 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최근 가장 기승을 부리는 전염병은 목의 통증과 함께 고열이 나고 전신에 발진이 생기는 성홍열. 지난해 10월 양강도 혜산과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에서 발생해 지금은 전국으로 퍼졌다.

함경북도 청진시에 거주하는 한명호(가명) 씨는 1월 현재 청진에만 4000여 명의 성홍열 환자가 발생해 수남 구역 병원 전체에 환자들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성홍열은 페니실린을 맞으면 고칠 수 있지만 병원에 약이 없어 단지 물을 끓여 마시라는 처방만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시장에는 중국제 가짜 약까지 성행해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성홍열 발생 초기 북한은 발병 지역의 기차 운행을 중단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하는 한편 학교와 직장을 폐쇄했다. 성홍열에 대한 주민교육사업도 진행했지만 약이 없어 이런 조치들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낙후된 상하수도 체계와 전기 부족, 국가 예방의학체계의 붕괴를 꼽을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농촌은 물론 도시의 화장실도 대부분 재래식인 데다 상하수도까지 정비되지 않아 각종 오수가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난으로 펌프를 가동하지 못해 수도 공급까지 중단되자 주민들은 오염된 강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게다가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주기적으로 실시하던 예방접종도 중단된 상태여서 성홍열 외에도 홍역, 수두,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콜레라, 구제역, 조류독감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근거 없는 흉흉한 소문도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 주민 정미애(가명) 씨는 성홍열이 북-중 국경 일대에서 시작된 탓에 남조선 국가정보원이 국경을 통해 전염병을 퍼뜨린다는 소문도 나돈다고 말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