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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감성에 지갑이 열린다

Posted November. 11, 2006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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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녀 골퍼 미셸 위가 남성 골프대회에서 연이어 예선 탈락하자 미국 언론들은 사기꾼(fraud)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그녀를 비난했다.

당시 보도를 지켜보며 가장 안타까워했던 기업은 그녀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신영이다. 부동산개발회사인 신영은 충북 청주시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단지인 지웰시티 분양을 앞두고 5월 300만 달러(약 28억 원2년 기준)를 주고 그녀와 광고모델 계약을 했다. 비록 미셸 위가 제값은 못하고 있지만 지웰시티의 인지도는 광고와 함께 급상승했다.

연간 모델료 100억 원대 모델료 분양가 전가

대다수 아파트 건설회사가 신영처럼 잘나가는 빅 모델로 승부를 걸고 있다. 톱 모델의 연간 모델료는 인기 수준에 따라 5억15억 원에 이른다. 연간 기준으로 전체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모델료는 1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가 분양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업체들은 앞다퉈 빅 모델을 기용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거액의 모델료가 분양가로 전가돼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회사 톱 모델 누가 있나

현대건설은 최근 출범한 새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광고모델로 영화배우 고소영과 영화감독 임권택, 가수 윤도현. 헤드헌터 유순신, 작가 최인호 씨 등을 대거 기용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모델료만 총 10억 원이 넘는다.

탤런트 고현정은 최근 연 10억 원을 받고 중견 주택건설회사인 영조주택 퀸덤의 모델로 나섰다. 중견 건설회사의 모델료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GS자이(이영애), 대우푸르지오(김남주) 등은 모델 이미지와 어우러져 명품 이미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간 광고모델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 온 삼성물산(래미안)은 겹치기 출연을 하지 않는 장서희를 모델로 기용한 뒤 브랜드 이미지를 안정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를 봤다.

두산건설은 탤런트 이미연을 모델로 내세우면서도 150가지의 좋은 집 기준이라는 콘셉트를 동시에 제시해 빅 모델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롯데캐슬(장진영), 벽산블루밍(이나영), 이수브라운스톤(김정은) 등이 빅 모델을 쓰고 있다. 대원칸타빌(비), 포스코 더(노,로)(장동건), 경남아너스빌(배용준) 등은 남성 톱 모델로 재미를 보고 있다.

왜 건설회사는 톱 모델로 승부하나

건설회사들이 빅 모델에 집착하는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가 아파트 분양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 30년간 최고의 아파트 브랜드였지만 그간 톱 모델을 쓰지 않아 브랜드 파워가 크게 떨어졌다. 이 회사 이성훈 전략홍보팀장은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건설회사 간 브랜드 전쟁이 본격화했다며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번에 거액을 투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랜드 전쟁에 뛰어든 중소건설사 중에는 신영이나 영조주택처럼 빅 모델로 단박에 이미지를 급상승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아파트가 다른 제품에 비해 고유한 판매 포인트(USPUnique Selling Proposition)가 떨어지기 때문에 빅 모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고영섭 사장은 광고를 통해 아파트의 실체를 보여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인기 정상의 모델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