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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영어캠프라 믿었는데

Posted October. 20, 200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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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강사인 박모(44여) 씨는 6월 초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열린 아리랑TV 영어캠프 설명회에 갔다. 강남, 목동의 상류층 학부모를 상대로 하는 최고급 유명 캠프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강사진은 아이비리그(미국 동부 8개 명문 사립대) 출신 외국인들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 전문강사들이라는 말에 비싼 값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아리랑TV에서도 광고가 나온 것을 본 박 씨는 부실한 캠프가 많다지만 이 캠프는 문화관광부 산하기관인 아리랑TV에서 하니 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 3인 아들 김모(15) 군을 7월 말부터 4주간 영어수학 캠프에 보냈다.

4주 과정에 수강료는 국내 최고가였다. 특목고 영어수학반은 380만 원, 조기유학반은 400만 원이었고 성인용 캠프는 8주에 999만 원, 12주에 1299만 원이었다.

하버드대 출신이 아니라 고졸=박 씨가 받은 외국인 강사에 대한 자료에는 하버드대 출신 등 쟁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 김 군을 가르친 영어강사는 미국의 한 주립대학 입학 예정인 20세의 고졸 강사였다. 나머지 4명의 외국인도 캐나다, 호주 대학 출신 3명, 미국 보스턴대 출신 1명으로 아이비리그 출신자는 없었다.

수학강사들도 홈페이지에 소개됐던 대졸 전문강사가 아니었다. 모 공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수학강사 A(28) 씨는 수학강사 8명 모두 대학원생이나 대학생이었고 전문강사는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엉성한 수업과 학사 관리=그나마 캠프 시작부터 교재가 도착하지 않아 수업을 못하게 됐다. 3일 동안 영어수업은 시작도 못했고 그나마 한국인 수학교사들은 문제집을 사서 프린트물을 나눠 주는 식으로 수업을 때웠다. 수학만 내리 3일을 한 것.

주말 일정도 광고와 달랐다. 학원 측은 주말마다 명문대 출신 선배들과 공부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동기부여학습법으로 잘 알려진 전문가 강의를 한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캠프가 절반이 지난 뒤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학부모들이 항의했고 그제야 전문가 강의를 한 번 마련했다.

조기유학반도 말썽=영어캠프와는 별개로 아리랑TV 성공조기유학 준비반이 있었는데 이 역시 지금까지 말썽이다.

39명의 초중학생들이 미국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4주간 외국인 강사에게서 교육을 받고 등록금으로 총 5억 원을 줬는데 이 돈이 미국 학교에 전달되지 않은 것.

아리랑TV 관계자는 아리랑TV가 영어캠프나 유학반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국제영어마을사업단이라는 회사에 아리랑TV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권을 주고 그 대가로 홍보 및 광고비만 받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홍보 및 광고비의 구체적인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유학 준비반 학부모들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국제영어마을 사업단 단장 장모 씨를 사기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장 씨는 수학강사 8명의 임금 1600여만 원을 주지 않고 관련 사업자들과의 금전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10월 1일부터 잠적한 상태다. 사무실을 폐쇄하고 사라진 장 씨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