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쌀지원 끊고 경협은 계속 한미정상 합의문 위반

쌀지원 끊고 경협은 계속 한미정상 합의문 위반

Posted October. 17, 2006 07:07,   

ENGLISH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경협을 중단하고 인도적 지원은 계속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것 아닌가요?

한국 정부가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쌀,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으면서 정작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는데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하려 하는 것은 원칙을 저버린 태도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쌀 지원 중단-경협 계속이라는 한국 정부의 선택은 한미 양국이 2003년 정상회담 때 천명한 남북 관계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9일 북한의 핵실험 발표 이후 한때 대북 포용정책 궤도 수정을 시사했지만 이후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양대 경협사업의 중단은 없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 위반=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3년 5월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적 지원 및 경협에 대한 양국의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성명은 대북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연계시키지 않되 배분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며, 남북 경협은 북핵 전개 상황을 고려한다고 명시했다.

이 합의는 지금도 한미 양국의 원칙으로 살아 있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대북 제재는 엄격하게 적용하되 이와 별개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단, 쌀 지원은 투명성 문제로 올해 들어 중단한 상태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가 북한의 핵실험 직후 한국 정부에 경협 중단을 요구한 것도 그 같은 합의에 근거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명분과 실리 모두 잃었다=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비료 10만 t과 쌀 50만 t 지원을 미사일 문제 해법이 마련될 때까지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쌀과 비료 제공을 거부한 것도 제재라면 제재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과 제재를 별다른 구분 없이 취급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에 대해 북한 경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3일(현지 시간)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세미나에서 굶주린 인민에게 갈 수 있는 쌀 제공은 중단하면서 김정일 정권에 현찰이 들어갈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을 계속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국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북한에 메시지를 분명히 줘야 한다. 하려면 단호하게 이른 시일 안에 해야 한다. 몇 달 뒤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에 이끌려 하는 식으로 중단하면 평양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맥데빗 해군분석연구센터(CNA) 전략문제연구소 소장 역시 13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은 북한 인민의 삶과는 관계가 없으며, 북한 지도부에 현금을 공급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북 지원 과정을 잘 아는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6일 한국 정부가 대북 경협에 있어 원칙을 지키고 단호한 자세를 보여 준다면, 긴급한 상황이 빚어졌을 때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더라도 국제사회가 비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이 대북 경협을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바람에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될 인도적 지원이 볼모로 잡힌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