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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가을 햇살 맞으며 행복 나라로 함께 떠나요

눈부신 가을 햇살 맞으며 행복 나라로 함께 떠나요

Posted October. 02, 20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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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웃으며) 오, 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말투며 표정이 TV에서 보던 것과 똑같다. 항상 밝고 명랑한 그, 김정은이다.

코미디 영화 잘 살아보세로 2002년 가문의 영광이후 4년 만에 추석의 여자로 돌아온 김정은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산아제한이 이뤄졌던 1970년대 충청도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저출산 시대인 요즘과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을 보여 준다. 또 그 시대의 가족계획은 결국 먹을 입을 덜어 잘 살아보자는 것이었는데 그게 과연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나라는 질문도 던진다.

김정은은 시골에 파견된 가족계획요원 현주 역을 맡은 뒤 당시의 실제 요원도 만나 봤다.

정말 정관수술하면 아파트 입주권 줬대요. 피임약을 먹거나 콘돔을 뒤집어쓰는 남자도 있었대요. 그 요원 분은 그때 우리가 잘못했다고 하셨는데 전 그땐 어쩔 수 없었을 거라 봐요.

영화에는 그가 아저씨 거기에 입혀주시면 돼요하면서 농촌 남성에게 콘돔 쓰는 법을 설명하는 장면이 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묻는 남성에게 현주는 직설적으로 대처한다.

원래 시나리오는 어, 어, 그게 아니라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것인데 제가 감독님께 현주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열심히 하는 아인데, 뻔뻔하게 가야 한다고. 그도 미혼인데, 창피하지 않았을까. 민망해하는 게 더 민망하죠. 오버해서 아닌 척했어요.

코미디 영화지만 배경에 공을 들였다.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찍은 70년대 시골풍경이 향수를 느끼게 한다. 털털한 그도 잠자리는 가리는 편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엄마들이 애 낳고 다시는 안 낳아하고는 금방 잊어버리고 또 낳잖아요. 배우에게 육체적인 피로가 딱 그래요. 몸이 피곤한 건 금방 잊어요. 다시는 겨울에 촬영하는 영화 안 한다고 그러고 또 하죠. 이제 또 드라마 촬영해요. 히히.

그는 작년에 영화 사랑니에 출연했지만 그의 표현대로라면 대중과의 소통에 있어 실패했다.

이미지와 너무 달라 사람들이 당황했나 봐요. 제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해요. 밝은 게 나쁜 건 아니니까. 매번 똑같은 모습이면 문제가 되는 거지. 그는 갑자기 테이블의 냅킨을 집었다. (뒤집으며)이렇게 확 뒤집는 게 아니라 (냅킨을 한쪽으로 옮기며) 본질을 유지하며 서서히 나아가는 것.

그는 인터뷰 내내 기자와 눈을 맞추며 밝게, 성의껏 대답했다.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항상 밝은 것도 힘들 텐데. 말 안 할 때도 많아요. 하지만 무조건 일터에서는 즐겁게 하자다짐하죠. 제일 싫은 게 이유 없이 촬영장 분위기 흐리는 사람들, 근데 전 이기적이에요. 사실 즐거우려고 하는 것도 저 편하자고 그러는 거죠. 아니면 일이 안되니까.

올해 추석은 화제작이 많다. 특히 가문 시리즈 1편에 출연했던 그가 3편인 가문의 부활과 맞붙게 됐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가문의 영광이 제 최고 흥행작인데, 그땐 마치 영화라는 세상에서 저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주면서 어서 오세요하는 줄 알았죠. 그러고 나면 조금만 안 돼도 추락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만 더 중요한 건. 그는 의자에 있던 쿠션을 꼭 끌어안으며 힘을 주어 말했다. 전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잖아요. 보면 만만하고 기분 좋잖아 정도? 이것도 좋지만 이제 믿음이 간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바랄 게 없겠어요. 그는 흥행보다 좋은 평가에 더 목마르다.

영화 제목처럼, 인간 김정은에게 잘 사는 것은 무얼까. 내가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아는 게 중요하죠. 다시 행복하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가 답했다. 네, 저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채지영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