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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10~20% 떼면 현금 상품권은 도박 칩

Posted August. 21, 20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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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수수료 10% 떼니 13만5000원입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뒷골목에 있는 한 경품용 상품권 환전상 앞. 좀 전까지 인근의 사행성 성인오락실에서 바다이야기 게임을 하던 한 30대 남성이 경품으로 받은 노란색 5000원권 문화상품권 30장을 환전상에게 내밀었다.

환전상은 상품권을 세어 보고 13만5000원을 내줬다. 장당 수수료 500원을 뗀 것. 돈을 받은 30대 남성은 빠른 걸음으로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성인오락실로 들어가 또다시 게임에 열중했다.

영화관, 서점, 여행상품 등 문화산업에 쓰여야 할 상품권이 사실상 카지노의 칩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상품권 불법 환전=경품용 상품권 환전상은 두 가지 경로로 돈을 번다. 우선 환전 수수료가 주 수입원. 환전상들은 게임장을 찾은 고객이 경품으로 받은 상품권 환전을 요구할 때는 액면이 5000원짜리인 문화상품권을 장당 40004500원에 사들인다.

환전 수수료 명목으로 1020%의 수수료를 떼는 것.

환전상은 이렇게 오락실 고객에게 산 상품권을 발행업체에 반납하고 같은 양만큼 새 상품권을 받아 다시 오락실에 판매한다. 이때 환전상은 인쇄비 등의 명목으로 상품권 발행회사에 장당 5060원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상품권 환전상들은 대부분 상품권 유통업도 겸한다. 이들은 상품권 발행업체에서 장당 5000원인 상품권을 47004800원에 사 같은 가격에 게임업소에 판매한다. 게임업소는 이 상품권을 바다이야기를 비롯한 사행성 성인오락기 안에 경품으로 넣는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상품권 환전상은 상품권 1장에 적게는 200원에서 많게는 800원을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오락실, 상품권 재사용에 위조까지=상품권 발행사에 주는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환전된 상품권을 발행사에 반납하지 않고 다시 오락실로 넘겨 오락기에 투입하는 경우도 많다.

한 환전상은 오락실 업주가 환전상을 함께 운영할 경우에는 상품권 발행사에 구권 상품권을 넘겨 폐기 처분하지 않고 다시 오락기에 넣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발행사에 주는 장당 5060원의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서다.

문화관광부가 정한 경품 취급 기준 고시에는 오락실 업주가 경품을 환전하거나 재매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위조 상품권도 크게 늘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한 해 413장에 불과했던 5000원권 상품권이 올해 들어서는 6월 말까지만 4만9138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 같은 상품권 위조에 경품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구입비용을 줄이려는 오락실 업주들이 관련됐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업자들이 대부분의 경품용 상품권이 물건 구입이 아닌 환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위조하더라도 적발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 금품로비 의혹도=경품용 상품권 시장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임을 예상한 듯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 금품로비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상품권 업자는 지정 당시 한 브로커가 접근해 2억 원을 주면 발행업체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한 오락실 업주는 상품권 발행업체 사장이 경품용 상품권 지정업체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 측에) 5억 원을 찔러줬다고 전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