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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은 이제 우리의 친구

Posted March. 13, 200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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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현지 시간) 자이툰부대 교대 병력과 기자들을 태운 이라크 아르빌행 C-130 수송기가 쿠웨이트 알리알살렘 기지를 이륙한 지 1시간 40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기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10여 분간 급강하와 급상승, 좌우 90도에 가까운 선회비행이 계속되자 탑승자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덩치가 크고 속도가 느린 수송기는 적 지대공() 미사일의 표적이 되기 쉽다. 실제로 1월 초 영국과 미국 공군의 수송기가 이라크 현지 저항세력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격추되거나 불시착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이툰부대를 오가는 우리 수송기를 운용하는 공군 다이만부대(제58항공수송단)는 수송기 이착륙 시 최대속도로 지그재그 비행하는 전술기동을 실시하고 있다.

혹독한 전술기동 끝에 도착한 아르빌 비행장에서 자이툰부대 주둔지로 가는 진입로 곳곳에는 장갑차와 경계병들이 펼쳐져 있어 전장에 왔음을 또 한번 실감케 했다. 그러나 자이툰부대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장병들을 따라 둘러본 현지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11일 오전 자이툰부대 장병들은 이라크 북부 아르빌 시 외곽의 한 작은 마을에 출동해 마을 오폐수 처리시설과 학교 보수공사를 끝낸 기념으로 주민들과 한마당 잔치를 벌였다. 학교 운동장에서 있은 장병들의 멋진 의장시범에 주민 300여 명은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바로 옆 교실에선 어린이들이 장병들과 손을 잡고 한국 동요와 율동을 배우고 있었다. 다른 한편에선 장병들이 직접 만든 호떡과 솜사탕 등 먹을거리를 맛보는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통역을 맡은 사난 아지즈(26) 씨는 다른 다국적군과 달리 한국군은 주민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해 가는 곳마다 환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자이툰 장병들의 인기는 아르빌 시내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군이 탄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거리 곳곳에서 시민들이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어린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차량을 쫓아오기도 했다. 1년 7개월의 파병기간에 각종 재건사업과 봉사활동으로 주민들에게 평화재건군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다. 이 덕분에 자이툰부대는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KRG) 등 지도층의 큰 신뢰도 얻고 있다.

정승조(육군 소장) 자이툰부대장은 아르빌에서는 지난해 6월 이후 단 한건의 테러도 없었다는 사실이 민사작전의 성과를 잘 말해준다고 말했다. 한 미군 장교는 최근 고위층에서 자이툰부대의 민사작전과 같은 비전투 작전을 이라크 전역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결실 뒤에는 3200여 장병의 값진 땀방울이 배어있음은 물론이다. 4진 교대 병력으로 일주일 전 전입한 박철홍 일병은 한여름에는 50도 이상의 폭염과 심한 모래바람이 악명 높다고 들었지만 스스로 택한 길인 만큼 임무수행에 최선을 다할 각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주둔지에 대한 공격은 없었지만 만일에 대비한 경계대책은 철저하다. 중무장 장갑차와 완전무장 병력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은 매일 적의 공격상황을 가정해 비상 출동훈련을 실시한다.

한편 12일 이라크에서 쿠웨이트로 향하는 귀로에 탑승한 다이만부대의 C-130 수송기는 공교롭게도 1000회 무사고 출격을 달성한 것으로 기록됐다. 병력 175명과 C-130 수송기 4대로 구성된 다이만부대는 자이툰부대의 병력 교대와 물자지원을 맡고 있으며 파병 17개월 만에 2만2000여 명을 사고 없이 수송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