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에 위폐논의 비공식 제의

이근(사진)을 뉴욕으로 부르자.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이달 초 비공식 채널을 통해 미 행정부에 이근 북한 외무성 미주국장을 뉴욕으로 불러 위조지폐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석대사가 만난 미국 측 인사는 이른바 북-미 간 트랙 2(비공식 사전조율) 경험이 많은 컬럼비아대 교수.

이 국장은 북-미 간 비공식 뉴욕 접촉에 주로 관여해 온 실무 책임자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북한의 이근 방미 제의가 6자회담에 다시 나서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 성격이 짙다는 점이다. 미 행정부 소식통은 13일 대북 금융제재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페이스 세이빙(face saving체면 살리기)을 위해 그런 제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만남을 주선한 이후 미국을 향해 지속적으로 이 국장을 불러 위폐 문제를 논의하고 북한의 체면을 세워 주라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또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돈세탁 방조 혐의가 자국 금융 산업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것을 우려해 북한에 대해서도 불법 활동 중단을 강하게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북한의 위폐 제조 및 돈세탁 의혹과 관련해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가 자국 금융기관들의 미국 증시 상장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 차석대사와 컬럼비아대 교수의 비공식 접촉 내용을 보고받은 미 국무부는 현재 이 국장 초청 문제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행정부 소식통은 국무부가 이에 합의한다 해도 백악관과 국방부를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혀 행정부 내 최종 의견 조율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김정안 이명건 credo@donga.com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