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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한국대사관 자국민 보호 논란

Posted June. 25, 2004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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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살 사건으로 정부 외교당국의 근무 자세와 위기관리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를 다녀온 민간 활동가들이 정부와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의 자국민 보호는 한심한 수준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측은 이라크 현지는 전시와 같은 상황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보호는커녕 전화 한통 받지 못했다=지난해부터 3차례나 이라크를 방문했던 이라크평화네트워크의 평화활동가 임영신씨(35여)는 24일 김씨의 피살은 우리 정부의 해외동포 보호 정책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예라고 말했다.

임씨는 30일 있을 이라크 정권이양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26일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김씨 피살 이후 이라크인 친구들이 저항세력들이 한국인을 돕는 이라크인은 가족까지 몰살하겠다고 위협했다며 만류해 이라크 방문을 포기했다.

임씨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했거나 활동 중인 사람들은 주이라크 한국대사관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진 상태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라크에 3개월 정도 머물렀지만 대사관측에서 신변안전을 체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약간의 사고가 나도 대사관 직원이 직접 달려오는 일본과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같은 단체 소속으로 얼마 전 귀국한 유은하씨(29여)는 지난해 3월경 이라크전쟁이 한창일 때 대사관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현지 상황을 쉽게 판단할 순 없다=이에 대해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외교부 관계자는 이라크는 전쟁으로 통신시설이 파괴돼 쉽게 연락이 가능한 상황이 아니다면서 반전활동가들은 귀국을 종용해도 독자적으로 활동해 관리가 거의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외교부측에 따르면 전쟁으로 무정부 상태인 이라크에서 자국민의 출입국을 체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외교관 8명에 현지직원 1명만으로 현지 한국인을 모두 통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 5일 이라크에서 억류된 경험이 있는 지구촌나눔운동의 한재광 사업부장(32)도 현지 대사관 직원들은 직간접적으로 안전을 체크하는 등 성실한 모습이었다며 열악한 지역에서 고생하는 대사관 직원을 모두 매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장도 사고 이후 보여준 정부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풀려난 직후 정부나 대사관측이 피랍 경위에 대해 물어온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상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적절한 예방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라크평화네트워크의 염창근 사무국장(28)은 대사관 직원들도 힘들게 일하는 만큼 마녀사냥식으로 비판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도 e메일로 체크하고 있다고 말하는 안일한 정부가 우리 동포를 얼마나 보호할 수 있을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정세진 ray@donga.com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