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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악순환 늪 허우적

Posted May. 13, 20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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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추이를 가늠케 하는 원유 선물() 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또 지난달 한국의 수입 물가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가 상승물가 급등가계 소비 위축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 6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0.71달러 오른 배럴당 40.77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1983년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종가() 기준으로 최고 가격이다. 런던 국제석유거래소의 6월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도 0.59달러 상승한 37.95달러로 90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은 1.34달러 뛴 34.93달러에 마감돼 심리적 저항선인 35달러에 육박했다.

이날의 유가 상승은 미국의 휘발유 재고량 감소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됐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7일 기준으로 휘발유 재고량이 1주일 전보다 150만배럴 줄었지만 하루 평균 휘발유 수요는 오히려 47만배럴 늘었다고 밝혀 수급 불균형을 예고했다.

또 OPEC가 원유 생산을 늘릴 것을 시사했지만 실제 증산 능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국한된 것으로 관측돼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와 관련해 푸르노모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은 오일쇼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가 결정 요인 가운데 일부는 OPEC의 통제 범위 밖에 있다고 말해 지금과 같은 가격 추이가 지속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달 수입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8.2% 올라 2001년 5월(9.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벤젠(14.6%) 등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해 열연대강(27.3%), 유연탄(26.8%) 등 철강제품과 원자재의 오름폭이 컸다.

반면 수출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3.0% 오르는 데 그쳤으며 전달보다는 오히려 0.2% 하락해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산업자원부는 13일 당정협의를 통해 에너지 절감 시설을 설치하거나 고효율 건축 기자재를 사용한 업체에 7%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당정은 또 대통령 직속 국가에너지위원회를 구성해 에너지 문제를 국가적 차원의 어젠다로 다루고 해외 자원 개발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고기정 박중현 koh@donga.com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