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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서 배짱 키운다

Posted March. 30, 2004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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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아테네올림픽 여자양궁 개인 결승전.

이탈리아 챔피언 나탈리아 발리바와 맞선 윤미진(21경희대)은 이제 한 발을 남겨뒀다. 10점이면 대망의 금메달. 제1회 근대올림픽이 열렸던 올림픽 발상지인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모인 4만5000명의 관중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길게 한숨을 쉰 뒤 시위를 당긴 윤미진.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표적 한가운데를 꿰뚫었다. X10. 한국스포츠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관왕 2연패를 달성한 윤미진의 앳된 얼굴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잘했어. 옆에 서 있던 서오석 여자대표팀 감독의 한마디에 윤미진은 HMD(Head Mount Display검색센서를 갖추고 화상을 표시해 주는 특수안경)를 벗었다.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도, 관중 4만5000명의 환호도 그 순간 사라졌다. 이른바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훈련이다.

이 같은 획기적인 훈련이 5월 말부터 실제로 펼쳐진다. 가상현실 훈련은 세계 최강인 한국 양궁국가대표팀이 8월 열리는 아테네올림픽에서 남녀 개인, 단체 전 종목을 휩쓸기 위해 극비리에 준비하고 있는 히든카드.

비행기 조종사들이 모형 시뮬레이션에서 실제상황을 연출해 비행조종훈련을 받듯 프로그램을 입력시키면 아테네 양궁경기장 안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환호하는 가운데 실제로 경기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동안 대표선수들은 컴퓨터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자신의 사진을 담은 그래픽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왔다. 하지만 평면을 보고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이 2차원적인 훈련이었다면 가상현실은 3차원적인 입체훈련이다.

이와 함께 선수들의 모든 데이터를 입력한 획기적인 선수관리프로그램도 개발돼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지난해 12월 개발, 테스트 중인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라운드에서 쏜 화살 수천, 수만발의 정확한 탄착점(화살이 과녁에 꽂힌 지점)을 모두 입력해 놨으며 바이오리듬, 생리, 심리상태 등 여러 가지 요인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성적이 증감하는지까지 기록돼 있다.

한 벤처회사와 함께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해 온 장영술 남자팀 감독은 5년 전부터 이런 체계적인 선수관리시스템을 구상해 왔다. 다른 종목의 선수관리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양궁 대표팀의 새 훈련프로그램 개발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자 태릉선수촌에 입촌 중인 다른 종목의 코칭스태프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궁협회는 최종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는 5월 말까지 두 가지 프로젝트의 개발을 완료한 뒤 발표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올 2월 부임해 이들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중우 신임 양궁협회장은 한국 양궁의 수준은 세계 정상이지만 기록은 더 이상 향상되지 않고 있다. 기록을 지금보다 한 단계 올리려면 특단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재임 기간 중 양궁에 정보기술(IT)산업을 접목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