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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간 카우보이

Posted March. 04, 200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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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 신비로운 이유는 그 안에 숨 막힐 듯한 아름다움과 치명적 위험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19일 개봉 예정인 히달고(조 존스턴 감독)에서는 바로 그 사막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바람 한 점 없이 적요한 사막부터 세상을 집어삼킬 듯한 모래돌풍이 휘몰아치는 역동적 사막까지, 웅장한 사막 풍광을 배경으로 한 인간의 위대한 모험과 도전을 그린 액션 어드벤처 대작이다.

주인공은 미국 서부 역사상 최고의 장거리 기수() 중 한 명인 프랭크 홉킨스. 백인과 인디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실존인물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해 괴로워하던 그는 1890년대 말, 자신의 파트너인 스페인 혈통의 조랑말 히달고와 함께 아라비아 사막을 횡단하는 1000년 전통의 불의 대양 레이스에 도전한다.

홉킨스 역에는 반지의 제왕 3부작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비고 모텐슨이 출연했다.

낯설고 척박한 환경에 뛰어든 혼혈 카우보이와 별 볼일 없는 조랑말. 불리한 처지에 있는 이들이 아라비아 최고 혈통의 경주마들과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은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영웅담을 비켜가진 못하지만 관객들을 사로잡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

영화에서는 두 여정이 겹쳐진다. 하나는 사람과 말이 함께하는 3000마일(약 4800km)의 험난한 대장정, 다른 하나는 자신의 배경과 출신을 부인하며 살아가던 홉킨스가 온갖 시련을 겪으며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정신적 여정. 쥬라기 공원3 쥬만지 등을 연출한 조 존스턴 감독은 이 여정에 사막의 보석 같은 경관, 아랍의 이국정취, 통쾌한 액션을 결합해 시각적 만족감을 극대화시킨 서사극을 빚어냈다.

히달고는 스페인어로 숭고한이라는 뜻. 영화에서 말은 홉킨스의 양심을 대변한다. 그가 포기하려고 할 때 말은 도전을 계속하라고 격려한다. 히달고 역에는 다섯 필의 말이 캐스팅(?)됐다. 주요 장면에는 TJ라는 말이 출연했고 나머지는 몸에 색칠을 한 대역들 몫. TJ와 친구가 된 주연배우 모텐슨은 촬영이 끝난 뒤 아예 이 말을 사들였다.

한편 히달고에는 전설적 스타 오마 샤리프가 홉킨스와 인간적 교감을 나누는 아랍 족장으로 출연해 눈길을 끈다. 40년 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찍었던 곳에서 이번 영화를 찍은 만큼 감회가 더 깊었다는 것이 오마 샤리프의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