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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개그 콘서트

Posted September. 22, 20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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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연산군 때만큼 드라마나 영화, 연극의 단골 배경으로 자주 등장하는 시대도 드물다. 극단 우인의 이()도 연산군과 그 주변 인물들을 소재로 한 작품. 하지만 이는 여느 드라마나 연극처럼 연산군 시대의 정치를 다룬 작품이 아니다. 연산군과 궁중 광대와의 관계를 다룬 점에서 독특하다.

이는 왕이 조선 시대 종4품 이상의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 이 연극의 주인공인 공길은 천민 출신 광대로 연산군으로부터 이라는 칭호를 들었던 실제 인물이다. 연산군의 총애를 받은 공길은 궁중 광대를 총괄하는 희락원의 우두머리인 대봉(종4품)의 지위까지 올랐다.

공길은 실존 인물이지만 연극의 내용은 허구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태웅(38)은 궁중 광대 공길이 동성애로 연산의 총애를 얻었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을 전개한다. 왕의 신임을 얻은 공길은 광대의 본분을 망각하고 권력을 탐하다가 이를 질투한 장녹수의 음모에 목숨을 잃을 위기를 맞는다. 공길은 자신을 위해 대신 죽은 친구 장생 덕분에 목숨을 구하지만, 이내 진정한 광대의 길이 무엇인지 깨닫고는 연산군을 비웃는 놀이 한마당을 펼친 뒤 자결한다.

이 연극에는 조선시대 궁중이나 세도가에서 행해졌던 소학지희()라는 놀이가 극중극 형식으로 삽입된다. 소학지희는 말장난과 곡예()가 어우러진 놀이로 오늘날의 개그 콘서트 같은 형식인 셈이다.

2000년 초연된 이는 그해 한국연극협회에서 주는 올해의 연극상과 2001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웃음과 감동이 교차하는 매끄러운 연극을 만들어낸 연출가 김태웅은 연극계에서 386세대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초연 때보다 인물의 성격을 다양화하고 놀이 부분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오만석, 김내하, 이승훈, 진경 등 출연. 10월 2일11월 2일 정동극장. 화일요일 오후 7시 반. 2만3만원. 02-751-1500



주성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