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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환율전쟁 선전포고하는데 ‘무대응’이 정부 대책인가

트럼프는 환율전쟁 선전포고하는데 ‘무대응’이 정부 대책인가

Posted January. 19, 2017 07:07,   

Updated January. 19, 201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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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 시간) “달러화 강세가 과도하다”고 한마디 하자 외환시장에서 원화 위안화 엔화 등 각국 통화 가치가 급등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전일(1174.5원)보다 7.8원 내린 1166.7원으로 마감했다.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경쟁을 못한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신(新) 환율 전쟁’의 선전 포고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이 우리에게 특히 위협적인 것은 일자리와 수출이라는 한국 경제의 약점을 파고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자는 2000년 이후 처음 100만 명을 넘었고 수출은 1958년 이후 58년 만에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LG전자 등이 트럼프 눈치를 보며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원화가치 상승으로 수출이 더 큰 부진에 빠진다면 국내에서 일자리가 늘어날 여지는 정말 사라질 우려가 크다. 중국도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한국 기업에 대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추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어제 공공부문 충원 등으로 일자리 131만 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민간기업이 한국을 떠나는 상황에서 세금으로 고용을 늘리는 일이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다.

 일본도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통상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경제 외교’에 있어선 우리와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가 일본 토요타 자동차를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는다니 안 된다”고 트위터를 날리자 토요타는 “이미 ***의 일자리를 미국 내에서 만들고 있다”고 ‘사실’을 알려 트럼프의 트위터를 잠재우는 식이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아베 신조 총리는 정면으로 반박하기보다는 미국의 TPP 참여를 환영한다며 교역 자유화에 앞장설 태세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로 중일 관계가 악화되자 일본은 아세안으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에서 이미 벗어났다.

 이에 비하면 어제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트럼프의 강달러 발언에 대해 “좀 더 살펴봐야겠다”고 한 것은 뚜렷한 전략이 없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다변화 전략은 정권 초기부터 추진했어야 할 일이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직후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공식 거론할 경우 유 부총리는 그때도 살펴보겠다는 말로 시간을 끌 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