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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사진 금지

Posted November. 30, 2016 07:18,   

Updated November. 30, 20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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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before) 애프터(after) 사진은 성형외과 광고에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요즘은 사진관들도 이력서 사진 홍보를 위해 비포 애프터 사진을 활용한다. 성형에 버금갈 만한 컴퓨터 보정 작업을 거친 사진과 안 거친 사진을 나란히 비교하는 식이다. 수정 후 사진을 보면 남녀 공히 얼굴은 완벽한 대칭형이고 턱은 날렵하다.

 ▷TV를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알려진 미국인 타일러 라시가 방송에서 우리의 이력서 관행을 꼬집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인턴 지원을 했을 때 이력서 사진을 요구해 황당했다는 경험담이다. 미국에서는 취업 전 성별 나이 인종 용모 등에 따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력서에 사진을 못 붙이게 한다. 

 ▷고용절벽에 내몰린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은 실력과 스펙은 물론이고 입사원서 사진까지 공을 들인다. 외모를 중시하는 풍토에선 사진도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취업포털이 구직자 482명을 대상으로 ‘이력서 사진이 서류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스펙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한 이유다. 취준생을 겨냥해 사진관들도 ‘촬영보다 보정’을 외치며 헤어와 메이크업을 포함한 10만 원대 이상의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본모습을 알기 힘들 만큼 잘 보정된 사진을 붙이는 게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면접평가에 참여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실물과 사진이 달라도 너∼무 다르면 되레 신뢰감이 떨어지는 역효과를 낸다.

 ▷기업 채용원서에 사진 부착을 금지하고, 신체 조건과 부모 재산에 대한 정보 요구를 못하게 하는 ‘채용 절차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그제 통과됐다. 본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치면 3개월 후부터 적용된다. 사진 부착 금지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신원 확인이 어려워 공정한 채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지나친 우려 같다. 다만 면접을 통해 실물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 것만으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미석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