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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전술핵 배치 효과 있다

미전략무기 한반도 상시 순환 배치, 전술핵 배치 효과 있다

Posted October. 21, 2016 07:10,   

Updated October. 21, 20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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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미국이 20일 워싱턴에서 제47차 연례 안보협의회의(SCM)를 열고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와 인근 해상 및 상공에 상시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미 전략사령부가 지휘·통제하는 핵 잠수함, 항공모함, B-52 장거리 폭격기, B-2 스텔스 폭격기, B 1-B 랜서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 등이 돌아가며 한반도 부근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다는 의미다. 이런 전략무기들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것과 같은 강력한 대북(對北) 억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의 이번 합의는 유사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에 시간이 걸리는 데 따른 안보 공백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괌 기지에서 한반도로 전개된 B-1B 2대가 기상악화 때문에 하루 늦게 뜨면서 북이 날씨가 안 좋은 때를 골라 도발하면 미국의 신속한 군사 지원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북의 5차 핵실험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 제기된 핵무장론에 강한 제동을 건 측면도 있다.

 이번 2+2 회의에서 한미가 차관급의 외교·국방 확장억제 전략협의체를 신설키로 한 것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계획그룹(NPG)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도 미국과 핵 등 전략무기 운용에 관한 협의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미국이 언제, 어떤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투입할 것인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한국과 논의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간 한국의 의견 제시가 제약된 측면이 있었던 만큼 앞으론 새로운 논의 틀을 통해 실제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은 2+2 회의 직후인 어제도 괌까지 타격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 두 차례 핵 실험과 20여 발의 각종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국제사회의 제제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력 증강에 광분하고 있다. 김정은의 비이성적 행동에 대해 한미가 모든 선택지를 열어 놓은 것이다. 미국의 전략적 자산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지에 대해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정은의 핵도발은 자멸을 앞당길 뿐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