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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집권여당 사생결단 이전투구

Posted September. 30, 2016 07:33,   

Updated September. 30, 2016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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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법부의 ‘한 해 농사’로 비유되는 국정감사가 새누리당의 보이콧으로 파행을 빚은 지 나흘째인 29일 여야는 출구를 찾기보다 더욱 강경한 충돌로 치닫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면 기싸움 성격을 넘어 막말과 증오의 정치가 국회를 집어삼킨 모양새다.

 새누리당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정 의장이) 미국 출장 당시 개인 일정에 대한 일탈 제보가 있다. 검경은 정 의장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공개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선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정 의장 방미 당시) 정 의장 부인이 1등석을 탔다. 애초 계획에 없던 샌프란시스코 일정이 추가됐다. 샌프란시스코엔 정 의장의 딸이 사는 걸로 알고 있다. 교민간담회 당시 시계 400개를 뿌렸다”는 등 정 의장 관련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장 측도 반격에 나섰다.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새누리당도 정 의장이 고소하면 무고로 맞고소를 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이날 정 의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검찰에 형사고발하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날 이른 아침에는 새누리당 재선 의원 10명이 정 의장이 외출한 상황에서 정 의장 공관으로 항의방문을 가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때 형사처벌을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일명 ‘정세균 방지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단식 나흘째인 이정현 대표는 이날 동료 의원들을 만나 “정말 그쪽(정 의장)이 죽든지, 내가 죽든지 끝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강(强) 대 강 충돌을 넘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 나경원 유승민 의원 등 비주류 23명은 긴급회의를 열어 “정 의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집권여당이 길거리 야당 같은 모습의 투쟁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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