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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늘리기’에 의존한 400조 슈퍼예산

‘나랏빚 늘리기’에 의존한 400조 슈퍼예산

Posted August. 31, 2016 07:13,   

Updated August. 31, 2016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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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총지출 400조7000억 원, 총수입 414조5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을 확정해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 올해보다 총지출은 3.7%, 총수입은 6.0% 늘었다. 본예산 기준으로 예산 규모가 4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세계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고 수출과 내수가 모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확장 재정’이 불가피한 면은 있다. 그러나 내년 예산안에 28조7000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이 포함되면서 국가채무는 682조7000억 원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전해인 2012년 말보다 236조8000억 원(53.1%)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올해 40.1%(본예산 기준)에서 내년 40.4%로 높아진다. 임기 안에 균형재정을 이루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30%대 중반 이내로 관리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취임 초 약속이 무색해졌다.

 경기부양의 마중물 효과도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올해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8.2%,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은 2.0% 감소했고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도 1.8%에 그쳤다. 반면 복지·보건·노동 예산은 5.3% 증가한 130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국방예산도 40조3000억 원으로 4.0% 늘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북한발(發) 안보위협을 감안할 때 복지 및 국방예산 증가를 부정적으로만 볼 순 없지만 두 분야가 전체 예산의 42.5%를 차지해 재정여력을 제한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복지와 국방 분야는 새는 돈이 없도록 씀씀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내년 실질 경제성장률을 3.0%, 경상성장률을 4.1%로 전망해 국세 수입이 241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도 실질성장률이 2%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고 물가상승률은 0%대가 이어지고 있어 세수 전망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았다는 인상을 준다. 경제성장률이 전망보다 낮아져 세수가 줄어들면 나랏빚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산업 각 분야의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등을 통해 민간기업이 자발적으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인책을 내놓고 성장엔진의 불을 다시 붙여야 국채발행에 의존하는 예산 편성의 악순환을 줄일 수 있다. 국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불요불급한 사업은 없는지, 민생과 경제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사업인지를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권순활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