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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만 주고, 장녀는 안주는 가족수당

Posted July. 06, 2016 08:33,   

Updated July. 06, 201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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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영된 인기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짬뽕집의 60대 여사장 장난희가 나온다. 그는 간암 말기란 판정에 ‘맏딸 콤플렉스’를 터트린다. 늙은 친정부모 챙기랴, 하반신장애인 남동생의 병원비 대느라 늘 무거운 책임감에 시달린 난희. “왜 나한테 (병을) 말 안했냐”고 딸이 묻자 “말하면 뭐가 달라지냐‘며 통곡의 한탄을 늘어놓는다. “내가 안 짊어지면 다들 진작 죽었다. 딸 년 있어도 엄마 아버지 형제 있어도 다 내 짐이다. 내가 어디 죽는다고 해도 난 의지할 때가 없다.”

 ▷사전에 따르면 맏딸의 정의는 ‘둘 이상의 딸 가운데 맏이가 되는 딸’이지만 일상에선 난희처럼 남매 중 먼저 태어난 딸도 맏딸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이 땅의 맏딸은 장남처럼 특별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면서 맏아들 못지않은 의무감으로 부모와 동생들을 챙기며 희생과 봉사의 삶을 산 경우가 많다. 맏딸은 결혼한 뒤에도 친정과의 관계에서 다른 딸과는 다르다. 한국 여성의 7가지 콤플렉스에 ‘맏딸 콤플렉스’가 꼽히는 이유다.

 ▷지방자치단체 산하 A공사에 근무하는 이 모씨(29)는 어머니에 대한 가족수당을 청구했다 거절당한 뒤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 공사는 관련규정에 의해 부모와 따로 사는 장남에게는 가족수당을 지급하되 여성에게는 무남독녀에 한해 수당을 주었다. 이 씨는 장녀인데다 남동생이 학생이라서 실질적으로 가족부양을 맡고 있었다. 인권위는 ‘평등권 침해’라며 공사의 보수규정 개정을 권고했다. 직계존속의 부양은 남성이 책임진다는 전통적 성역할에 따른 명백한 차별이란 관점이다.

 ▷A공사는 불합리한 가족수당 규정에 대해 ‘동종기관 대부분이 다 그렇게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동종기관’들도 하루속히 장녀차별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회변화에 따라 가족의 개념과 형태는 달라지고 있으나 현실 변화는 그 속도를 못 따라잡는 것 같다. 한쪽에선 알파걸 시대를 얘기해도 막상 사회에 진출하면 사소한 ‘규정’들이 일하는 여성의 발목을 잡는다. 아직도 머나먼 길이 그들 앞에 놓여있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