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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연세대 소장 삼국유사 국보지정 추진

서울시, 연세대 소장 삼국유사 국보지정 추진

Posted May. 31, 2016 07:03,   

Updated May. 31, 20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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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첫 장이랑 끝 장이 그대로 남아있네요. 보관 상태가 아주 좋아요.”

 검은색 장갑을 낀 한 남자가 누렇게 바랜 책을 만지며 말했다. 책 귀퉁이에는 세월이 얼룩져 묻어 있었다. 그는 하늘하늘 얇아진 종이가 찢어질까 조심스럽게 한 장씩 넘겼다.

 “기존 책보다 더 오래돼 보이는데 다른 판본(목판으로 인쇄한 책)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되겠네요.” 같은 검은색 장갑을 낀 다른 남자 2명도 번갈아 책을 들고 찬찬히 살폈다.

 이들이 보고 있는 책은 고려의 승려 일연(一然)이 충렬왕 7년(1281년)에 지은 ‘삼국유사’다. 삼국유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정사를 담은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책이다. 삼국사기가 삼국의 정치사를 담았다면 삼국유사는 ‘유사(遺事·정사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사에 담기지 못한 설화와 야사를 담고 있다. 단군 신화가 기록된 역사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보물(제1866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1, 2권의 국보 승격을 위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7월 진행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삼국유사 1, 2권은 고 손보기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소장하던 것을 2013년 유족이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존재가 알려졌다. 이후 유족은 서울시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심의를 거쳐 지난해 이를 보물로 지정했다. 문화재 지정은 신청자가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하면 지자체가 사전 심의를 거쳐 문화재청에 요구해 이뤄진다.

 서울시와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23일 서대문구 연세대 박물관에서 삼국유사 1, 2권의 국보 승격을 위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연세대 박물관에 보관 중인 삼국유사가 2003년 국보(제306-2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정덕본(1512년)보다 약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고려시대에 찍힌 삼국유사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 삼국유사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판본일 가능성이 높다”며 “책이 깨끗하게 보관돼 있어 정덕본과 비교해 잘못된 표현이나 표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보 신청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국보 신청을 하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국보 지정이 결정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 국보 승격 의뢰가 들어온 건 2007년 달항아리 백자 이후 처음”이라며 “이미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