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러시아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무용계 아카데미 ‘브누아 드 라 당스’ 동양인 남자 두번째 최고상 수상

러시아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무용계 아카데미 ‘브누아 드 라 당스’ 동양인 남자 두번째 최고상 수상

Posted May. 19, 2016 07:59,   

Updated May. 19, 2016 08:12

ENGLISH

 “나 상 탔음.”

 발레리노 김기민(24)이 18일 새벽 아버지 김선호 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별것 아닌 상처럼 보이지만 그가 탄 상은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16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최고 남성 무용수상이다. 한국 남자 무용수로는 처음이다.

 이 상의 조직위원회는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김기민의 수상 사실을 밝혔다. 상은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제정해 매년 시상식을 열고 있다.

 이 상은 세계 직업 무용단에서 활동하는 톱클래스 무용수와 안무가가 심사 대상이다. 한 해 동안 세계 각국에서 공연된 작품의 비디오를 심사해 안무, 무용 등 부문별 후보를 뽑고 시상식 날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1999년)과 김주원 성신여대 교수(2006년)가 각각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받은 바 있다. 남자 무용수로는 김현웅(2006년), 이동훈(2012년)이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동양인 남자 무용수 중에는 2006년 중국의 왕디(남성 무용수상)에 이어 김기민이 두 번째 수상이다.

 김기민은 지난해 말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공연한 ‘라 바야데르’의 주역인 솔로르 역으로 후보에 올랐다. 그와 함께 파리 오페라 발레단, 뉴욕 시티 발레단 등 세계 정상급 발레단에서 활동하는 남녀 무용수 6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1년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세계 최정상급인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3년여 만에 수석 무용수로 승급했다. 중학교 졸업 뒤 영재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 입학한 그는 2010년 미국 잭슨 콩쿠르(IBC) 주니어 남자부문 은상, 바르나 콩쿠르 주니어부문 금상 등 국제 대회를 석권했다. 형인 김기완(27)도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다.

 한국인 첫 수상자인 강 단장은 “김기민은 남성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동작이 장점이다. 특히 고난도 테크닉을 소화할 수 있는 드문 무용수다.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까지 갖췄다”고 평가했다. 2012년 심사위원으로도 위촉된 김 교수는 “세계적인 무용수 출신들이 심사위원으로 나선다. 수상 사실만으로도 세계 최고 무용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김기민은 이미 마린스키발레단의 스타다. 열정과 서정적 표현, 기교, 강력한 무대 장악력, 연기력 등 모든 것을 갖췄다. 새로운 세대의 위대한 무용수 중 하나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