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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환율조작 관찰 대상국' 된게 승리인가

유일호 부총리 '환율조작 관찰 대상국' 된게 승리인가

Posted May. 02, 2016 07:31,   

Updated May. 02, 201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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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재무부가 지난달 29일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을 ‘환율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했다. 당초 관심이 쏠렸던 ‘환율조작국’은 없었지만 개정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따라 처음 작성된 종합적 심층적 리스트인데다 감시대상국들은 향후 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5개국 모두 수출이 강한 경제강국들이다. 이번 조치는 장기 경기침체에 빠진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8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전격적으로 떨어뜨렸을 때에만 해도 “경기 대응책으로 이해한다” 했고 일본 당국의 노골적 엔저도 용인하는 태도였다. 이런 중국 일본과 한국이 똑같은 감시 대상에 올랐다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 미국은 감시대상국들의 외환시장 개입액 추정치까지 공개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면서 “경제동향과 외환정책을 세밀히 살펴보고 평가하겠다”고 했다. 한국을 향해서도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정책 투명성을 높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걱정되는 것은 외환시장의 심리적 동요다. 올 초까지만 해도 12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까지 내려온 것은 고환율 정책을 쓰지 말라는 미국의 경고가 나올 거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향후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이 급변동할 경우 외환당국이 해왔던 원·달러 환율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16개월 사상 최장기간 연속 뒷걸음질친 수출실적 개선도 힘들어질 것이다. ‘한국판 양적완화’도 통화가치 감소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사실상의 환율정책이나 마찬가지여서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재정정책으로 별 경기부양 효과를 보지 못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에 올인하면서 세계는 지금 환율전쟁중이다. 영국 캐나다도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예고했고 싱가포르까지도 통화 완화책을 단행하면서 아시아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유럽과 아시아가 환율전쟁에 나서면 저마다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고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맞대응한다면 세계경제는 격동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을 등한시해 기초 체력이 약해진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이런데도 경제부총리는 골프장에서 “걱정할 것 없다” 말하고 기획재정부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안 된 것은 부총리가 미국을 설득한 경제외교의 승리”라 평가하고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상대국에 민감한 시장개입 추정치까지 제시하며 압박강도를 높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