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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류

Posted April. 30, 2016 07:19,   

Updated April. 30, 201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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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 이란에 출장 갔을 때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은 테헤란의 살인적 매연을 온 몸으로 느꼈다. 무역 제재로 인한 만성적 부품부족 탓에 폐차장에 가야할 중고 자동차들이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 박물관과 현대미술관에는 페르시아의 위대한 유물이 초라한 유리진열장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랬던 이란이 요즘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8000만 인구에,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 등 자원부국이란 점에서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한중일도 앞 다퉈 이란시장의 선점 경쟁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한다. 올 1월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제사회에 복귀한 이란을 공식 방문한 첫 정상이었다. 일본 아베 신조총리도 하반기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2009년 8월 이란을 찾은 배우 송일국은 현지에서 ‘주몽’의 폭발적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설의 왕자’란 이름으로 소개된 ‘주몽’의 시청률이 85%, 그의 얼굴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수도에서 1500km나 떨어진 시골에서 무작경 상경한 아가씨도 있었다. 그해 이란의 한 블로거는 ‘한국드라마 주몽은 이란의 안방풍경을 바꿔놓았다’고 적었다. 저녁식사 후 오순도순 대화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온 가족이 TV앞에서 붙박이가 됐다는 것이다. 사극으로 불붙은 한류는 가전시장에서 한국의 독주로 이어졌다. 중산층 주부가 LG, 삼성 냉장고나 TV를 들여놓으면 이를 자랑하기 위해 손님을 부르지만 한때 유행한 소니 제품을 바꾸지 못한 집은 창피해서 아예 천으로 가려놓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아시아에서 발생해서 아시아에서 뿌리를 내린 이슬람문화는 가족중심의 공동체정신이나 윗사람에 대한 절대적 공경, 그리고 일곱 살만 되면 남과 여를 분리했던 엄격한 성적 윤리 등에서 한국문화와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주몽’ ‘대장금’ 같은 드라마가 폭발적 인기를 끈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 페르시아 구전 서사시 ‘쿠쉬나메’에는 우리 ‘삼국유사’ 속의 처용이 등장한다는 분석도 있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