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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미태도에 욱해서 미사일 쏘고 있다'' 말해"

김정은 '미태도에 욱해서 미사일 쏘고 있다'' 말해"

Posted April. 27, 2016 07:22,   

Updated April. 27, 20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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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올해 잇단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전쟁할 마음은 없다. (그런데) 외교 쪽 사람(외무성 당국자 등)이 미국 측에 접근하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들이민다. 욱해서 미사일을 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9·사진) 씨가 26일 전했다.

 12∼23일 북한을 방문한 뒤 전날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을 거쳐 일본에 돌아온 후지모토 씨는 평양에 도착한 12일 저녁 평양 시내 연회시설에서 김정은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과 3시간 동안 저녁식사를 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정은이 이같이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다.

 12일은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가 3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결의안(2270호)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북-미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직후다. 후지모토 씨의 전언이 사실이라면 김정은의 만찬 발언은 미국에 유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평가된다. 자신들의 도발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26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12일 만찬장에서 레드와인으로 건배를 제의한 김정은은 먼저 “일본은 지금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물었고 후지모토 씨는 “최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정은이 “그런가”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는 것이다. 후지모토 씨는 “이번 방문은 김정은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모토 씨는 “숙소인 고려호텔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김 제1비서가 직접 벤츠를 운전하고 와서 놀랐다. 언제 와도 좋다, 곤란한 게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일본 정부와의 가교로서 역할을 해 달라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1989년부터 김정일의 전속요리사로 일했던 후지모토 씨는 2001년 아내와 딸을 북한에 남겨두고 혼자 탈북해 2003년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냈다. 후지모토 씨는 탈북 이후 한동안 두건과 선글라스를 착용하며 암살 우려에 시달렸다. 그러다 김정은의 메시지를 받고 2012년 다시 북한을 방문해 가족들을 만났고 이후 북한을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그는 당시에도 김정은을 만났고 귀국한 뒤 일본과 한국 언론에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번에도 조만간 일본 방송에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